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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읽는 신간
라이프| 2019-08-30 11:38

▶정민의 다산 독본, 파란(정민 지음, 천년의상상)=고전학자 정민교수가 젊은 시절 다산의 삶을 복원했다. 강진 유배시절의 다산을 주로 들여다보다 젊은 시절의 다산을 만나곤 당황스러웠다는 저자는 이전의 반쪽 짜리 다산의 모습을 온전하게 비로소 온전하게 그려낸다. 다산의 청년시절은 벗들과의 우정과 배신, 유학과 서학사이에서의 번민, 정조의 총애와 천주를 향한 믿음, 형님들의 죽음과 유배, 수한 친지의 순교 등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저자는 다산이 직접 쓴 글과 로마 교황청 문서, 조선 천주교 관련 연구 기록 등 알려지지 않은 사료를 발굴, 삶을 새롭게 조명한다. 10~30대의 다산의 하늘은 둘이었다. 하나는 정조, 또 다른 하나는 천주였다. 다산이 신자였다가 배교한 뒤 유학자로 돌아왔다는 게 국학의 입장이고 천주교 측에선 만년에 회개해 신자로 죽었다고 하지만,저자는 다산의 천주교 신앙은 그 이상으로 본다. 정민은 다산에게 영향을 끼친 정조와 천주의 목소리는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고 있다며, 천주교 서적에 나오는 용어를 사용하고 정조와 함께 천주교 책을 보았음을 제시한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다산은 신부였다는 주장도 편다. 이승훈이 임명한 열명의 신부가운데 다산과 정약전이 포함됐지만 다산은 ‘조선복음전래사’를 기록하면서 ‘그 밖의 여러 사람’에 숨었다는 설명이다.

▶세컨드 라이프(베르나르 무라드 지음,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금융고문으로 일한 모건스탠리 임원 출신 작가 무라드의 두 번째 소설. 국가가 개입해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집과 직업, 가족을 디자인해주는 불평등 해소 프로젝트라는 상상에서 소설은 전개된다. 지독한 삶의 권태와 무기력에 빠진 마르크 바라티에는 매일 아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 조차 힙겹다. 그저 삶을 끝내고 싶을 뿐이다. 가족도 일도 삶의 활력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는 아무 이유없이 미소짓고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이들이 참으로 의아하다. 이십대에 소설가를 꿈꿨지만 퇴짜를 맞고는 문단의 독단적인 시스템을 비난하며 피해망상 속에 살아가던 그는 마침내 마흔번째 생일 자살할 결심을 한다. 사무실을 정리하고 떠나려는 순간, ‘구세주’란 이름의 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메일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 전 연락을 달라며, ‘두 번째 기회’를 제안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그는 전혀 다른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 시작하는데, 정부의 더 큰 비밀과 자신의 흔들리는 정체성 사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이성시 지음, 박경희 옮김, 삼인)=일본 와세다대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2001년 ‘만들어진 고대’라는 저작을 통해 동아시아의 고대 텍스트가 어떻게 각국의 근대 텍스트로 둔갑했는지 밝힌 바 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이어간다. 한중일 각국의 상황에 맞게 고대사를 연구하는 국가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고대사 이해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사 연구가 국민국가 형성기의 이데올로기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자국의 현실과 욕망을 고대사에 투영함으로써 고대사 연구는 치열한 전장과 다름이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일간에는 삼한정벌설·임나일본부설과 기마민족정벌성·분국론 등이 맞서고 있으며, 그 증거의 하나로 광개토왕비문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한·중간에는 발해사의 귀속을 둘러싼 역사 논쟁이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저자는 일국사를 벗어난 해체를 시도하는데, 이론의 틀의 하나로 동아시아세계론을 소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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