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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美 ‘유턴기업’ 사상 최대 vs 해외투자송금 최고 찍은 韓”
뉴스종합| 2019-09-02 06:52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해외에 진출했다 자국으로 복귀하는 이른바 ‘유턴 기업’이 한국에는 연평균 10.4개에 불과했지만 미국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연평균 482개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유턴기업 현황과 한국에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은 정부의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을 바탕으로 최근 유턴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리쇼어링(Reshoring)은 해외에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시키는 정책을 말한다. 싼 인건비와 신규 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반대 개념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제공]

한경연은 미국 기업의 유턴 촉진 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를 인용해 지난 2010년 95개에 불과하던 유턴 기업 수는 2018년 886개를 기록하며 9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 해인 2017년 이후 리쇼어링 기업 수가 급증했다며, 이는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와 각종 감세정책, 규제 철폐 등 기업 친화적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자국 기업 보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17년 신규규제 1건당 기존규제 2건을 폐지하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규제개혁 시행 이래 R&D 세액공제, 해외 수익금 송금세 인하(35%→10%) 등이 현실화했다.

반면 한국의 유턴 기업 유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12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유턴법)’ 시행 이후 작년까지 5년간 국내로 돌아온 기업 수는 연평균 10.4개에 불과했다.

또 유턴 기업당 고용 효과 부분에서도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미국 리쇼어링 기업 고용창출 현황에 따르면, 2013년 리쇼어링 기업으로 인한 고용창출효과가 외국인직접투자로 인한 고용창출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 기업으로 인한 일자리 수가 가장 많았던 2017년에는 미국 제조업 신규고용(14만9269명)의 약 55%를 차지했다.

이처럼 미국 리쇼어링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이유는 대부분의 유턴기업이 중소기업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경우 대기업의 유턴이 활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리쇼어링 기업이 창출한 신규 일자리 수는 애플이 2만2200여 개, GM 1만3000여개, 보잉 7700여 개 등이다.

지난 5년간 한국 유턴기업의 신규고용은 누적기준 975명으로, 연평균 약 195명의 신규고용 창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개 유턴기업당 일자리 창출 수는 한국 19개, 미국 109개로 유턴기업당 고용효과에서도 6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리쇼어링 촉진역할을 하는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Harry Moser) 회장은 전경련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GDP 규모가 한국의 14배이고, 양국의 수출입 비중 구조가 상이해 한미간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한국과 달리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구조를 가진 미국이 한국보다 리쇼어링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사실” 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미국 대기업들의 리쇼어링이 많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중국 내 임금상승과 지적재산권 문제, 메이드 인 USA에 대한 소비자 선호 등이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미국 정부의 법인세 감면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모저 회장은 한국이 유턴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유턴 실적에 대한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DB관리 ▷국내기업의 해외공장 문제점 조사·기록 ▷숙련된 제조업 노동인력 관리 ▷제조업체에 TCO 산출 서비스 제공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2018년 정부가 ‘유턴기업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유턴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상태”라며 “유턴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와 함께 유턴기업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실장은 “유턴기업 성과 저조, 해외투자금액 급증, 외국인직접투자 감소를 모두 관통하는 하나의 이유는 국내 기업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 등의 체질 변화를 이뤄야 유턴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국내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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