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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추석경기] 경기부진 장기화, 한가위 특수 옛말…명절에도 지갑 안열어
뉴스종합| 2019-09-09 09:44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부진이 장기화하고 경제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한가위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서 팍팍하고 썰렁한 명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내외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수출과 투자가 동반 감소세를 보이면서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소득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대되는 게 주된 이유다. 정부도 이를 감지하고 추석 경기 살리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련 당국과 기관에 따르면 우리경제는 지난해 말 이후 수출과 투자가 동반 감소세를 보이며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최근에는 소비도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한은이 조사하는 소비자심리는 지난달 92.5로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며 2년 7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 4월 101.6으로 일시적으로 기준선을 웃돌기도 했으나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현재생활형편 및 전망, 가계수입 및 소비지출 전망 등이 모두 하락했다.

이는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가 각 업종단체들의 속보치를 집계한 결과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 국산 승용차 판매량이 6월 이후 동반감소하는 가운데 감소폭도 확대되고 있다.

할인점 매출은 올 4월에 전년동월대비 4.8% 감소한 이후 7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감소폭도 5월 -1.0%, 6월 -2.1%에서 7월엔 -10.7%로 크게 확대됐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온라인으로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계소비에 이상신호가 나타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백화점 매출이 6월(-2.1%), 7월(-3.4%) 연속 줄었고, 감소폭이 확대된 점도 이를 반증한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소매판매액(소비)지수는 올해초까지만 해도 소폭이나마 증감을 반복하며 그나마 경기를 지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자료인 6~7월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소비의 급격한 위축은 전반적인 경기부진 속에 일자리·소득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대되고, 가계부채 부담,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위축, 노후에 대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의의 소득지표인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올 1분기에 전분기대비 0.3% 감소한데 이어 2분기엔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 또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GNI가 전분기와 같았던 것(0.0%)을 감안하면 지난해 후반부터 1년 가까이 소득이 정체한 셈이다.

현재 소득이 부진하더라도 일자리가 안정돼 있으면 희망을 갖고 지갑을 열 수 있지만, 일자리 사정도 만만치 않다. 취업자 증가폭이 5월 이후 20만명을 상회하고 있지만, 핵심인 제조업 분야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를 제외하면 취업자는 사실상 감소하고 있다.

급기야 우리경제는 장기불황의 신호탄인 디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해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가가 안정되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경기부진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감퇴하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경제를 쪼그라들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신호다. 지금의 우리경제를 디플레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처럼 대내외 여건이 악화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면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불투명한 여건으로 올해는 추석 명절을 썰렁한 분위기 속에 맞고 있다. 미중 및 한일 경제전쟁 등 극도로 불안한 대외여건에 국내적으로도 정치권의 극한대결이 고조되며 경제 불안심리를 부채질하고 정책 추진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많다. 추석 특수가 사라지면, 추석 명절 이후의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 심리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많다. 이래저래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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