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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추석경기]안정적인 추석 차례상 물가에 웃지 못하는 상인들
뉴스종합| 2019-09-09 10:14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예년과 달리 주요 추석 성수품 물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물량 수급이 안정세를 보인 덕분이다. 장바구니 부담은 사라졌지만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은 탓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소비 부진은 다시 물가 하락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9일 통계청의 '나의 물가지수' 프로그램을 활용해 주요 추석 성수품 구입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국 농축수산물, 가공품, 개인서비스 등 36개 품목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배(22.2%)와 쌀(6.7%), 국산쇠고기(2.3%), 두부(2.0%) 등이 소폭 올랐지만 무(-54.1%), 배추(-42.1%), 마늘(-20.3%), 밤(-15.9%), 사과(-14.3%) 등 20개 품목에서 내림세를 보였다. 다만 시외버스료 (13.4%), 고속버스료(8.0%), 목욕료(2.9%), 미용료(2.0%)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대체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이 22만6832원(전통시장 경우)으로 지난해 24만3614원보다 6.9%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결과 역시 전통시장의 경우 1.1% 하락, 대형유통업체는 보합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과·배 등 과일류는 출하물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했고, 쌀이나 쌀가공품도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지난주 태풍 '링링'으로 벼 쓰러짐과 낙과 피해 등이 발생했지만 사과와 배, 소고기 등 추석 성수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태풍이 오기 전 수확과 출하 작업을 대부분 마쳤고, 정부가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맞춰 성수품 공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성수품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점은 소비에 긍정적 요소지만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 특수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국내 소비심리가 최악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는 92.5로 2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5월부터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8월 생활형편전망은 89, 가계수입전망은 94에 그쳐 각각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소비 부진은 역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비는 대체로 투자, 수출 등에 비해 변동성이 작은 편이지만 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 회복세가 나타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매력을 반영한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0.6%로 지난해 2분기(-0.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은 "현재는 소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영세자영업자는 소비 부진에 따라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내수침체 분위기는 추석 명절이 지난 후 연말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소비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내구재 소비가 침체되는 가운데 선행지표인 소비재 수입도 침체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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