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광화문 광장-고홍석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초빙교수] 좋은 정책은 타이밍이다
뉴스종합| 2019-09-17 11:28

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다. 약간의 관음주의적 양념을 가미한 이 동화는 오늘날에는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여성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나쁜 사례로 거론되고 있지만 어릴때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로망까지 더해져 흥미롭게 읽었다. 이 이야기는 나무꾼이 선녀와 두명의 아이들까지 잃는 비극으로 끝난다. 왜일까? 모두 알고 있듯이 진실을 말하는 시점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다. 세 명의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지만 두 명의 아이가 있을 때 사실을 말하는 실책을 범함으로써 모든 것을 잃게 됐다.

반면에 그 때를 너무나 잘 활용한 사례는 강태공이다. 주나라 문왕을 만나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 건국의 일등공신이 된 강태공이야말로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뛰어난 책략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지도자를 만나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그 때를 철저하게 기다리는 강태공은 결단시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 활용한 인물이다.

행정을 하면서 매번 직면하게 되는 것은 어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그 시기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다. 과연 오세훈 시장이 그렇게 반대했던 무상급식은 그 때를 잘 못 판단해 시장직까지 잃는 사태를 가져온 것일까? 이명박 시장이 성공시킨 청계천복원과 대중교통개편은 적절한 시기에 추진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던 것일까? 현 박원순 시장이 추진한 마을만들기 사업이나 도시재생사업 등은 과연 시의적절한 정책들일까? 각자의 입장에 따라 시기의 적절여부를 판단하겠지만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정책들의 성공요인 중의 하나가 적절한 추진시기의 선택이라는 점은 이론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 과연 정책의 추진 시기는 언제가 적절할까? 그 때가 도래하였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누가 그 때가 도래하였음을 알려줄까?

나의 경험에 비춰 보면 반 박자 정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저항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으면서 성공을 담보할 수 있었다. 너무 빠르면 시민들로부터 동의를 구하기가 어렵고 너무 늦으면 비판을 다 듣고 나서야 추진하게 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지금이야 시민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버스의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일명 BIT)를 처음 제공하던 시기를 돌이켜 보면 반 박자 빠르다는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버스도착정보는 처음 제공을 검토할 시기엔 그 정확도가 매우 떨어졌다. 곧 도착한다는 버스가 이미 지나가버리는 등 불안했다. 그래서 도착정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조금 더 정확도를 높인 이후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서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자고 해 의견이 달랐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정확도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시민들은 과연 이 서비스를 얼마나 원하는 것인가? 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 됐다. 최종 결론은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서비스를 제공을 시작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서비스제공 초기에는 많은 오류가 발생해 민원이 쇄도하기도 했지만 만족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도착정보의 정확도도 개선됐다. 이제 시민들이 도착정보를 먼저 확인하고 출발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등 일상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성공사례를 든다면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들 수 있다. 도입 당시 자전거 전용도로 부족으로 안전 확보가 어려우며 관리상의 문제 등을 들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한강 자전거용도로와 4대강 사업등으로 전국적인 자전거도로의 개설 등에 따라 자전거 레저문화의 확산을 기반으로 따릉이 정책을 좀 더 빠르게 추진해 3년 연속 시민이 뽑은 가장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있었다.

행정을 하면서 항상 좋은 시기만을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티모시페리스는 “모든 운이 따라주며 인생의 신호등이 동시에 파란 불이 되는 때란 없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상황은 없다. ‘언젠가’ 타령만 하다가는 당신의 꿈은 당신과 함께 무덤에 묻히고 말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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