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권위 “장애인 본인 동의 없는 시설 퇴소는 자기결정권 침해”
뉴스종합| 2019-09-17 12:00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거주시설 퇴소 동의를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에게 받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 정부에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당사자 및 가족의 동의에 앞서 시설 내부결정기구에 의해 임의로 퇴소를 결정하거나 무연고자에 대한 후견인 지정없이 입소계약을 해지하는 것 역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진정인은 경기도 소재의 A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이 2019년 1월 1일 이후 15명의 장애인을 강제퇴소시켜 다른 시설과 병원에 옮기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이에 A 시설측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있거나 소규모시설이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중증장애인을 선정하여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퇴소 및 전원을 결정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의 신청 또는 시설내의 피진정시설 퇴소판별위원회 결정에 따라 임의로 퇴소 및 전원 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A 시설은 판단능력이 부족한 무연고 지적장애인을 타시설 및 병원으로 이송할 때 후견인 지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판단능력에 문제가 없는 지체장애인도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퇴소신청서를 작성하게 한 것 역시 확인했다.

인권위는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족·후견인·사회복지전문가로부터 자기결정권이 축소·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제57조는 장애인복지실시기관으로 하여금 장애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시설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장애인에게 충분히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지적 능력 등의 이유로 장애인 본인이 이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경우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36조의11의 절차를 따라야 하며, 따라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 법률에 따른 절차 없이 임의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였다면 그 자체로 기본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36조의11는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계약절차의 대행자를 ‘민법’에 따른 장애인의 후견인, 장애인의 배우자 또는 부양의무자인 1촌의 직계혈족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따라서 퇴소 및 타 시설로의 전원을 앞둔 시설거주인에게 전원 예정인 시설의 정보를 사진 및 영상자료 등 당사자의 의사능력 정도를 고려하여 충분히 제공하고, 해당 시설에 대해 사전방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설거주인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최근 정부의 탈시설정책에 따라 시설 소규모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와 같은 상황이 비단 피진정시설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시설거주인이 퇴소 또는 전원 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등에 관련 지침 및 절차를 마련할 것”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도 함께 권고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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