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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대화국면에…찬물 끼얹은 警 압수수색
뉴스종합| 2019-09-18 10:54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배터리 기술 유출 문제를 두고 촉발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국내외 소송전이 형사고소에 이은 경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양사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으로 추석 연휴 전후 반짝 고조됐던 대화 국면은 바로 다음날 이뤄진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지난 16일 오전 전격 회동, 갈등 해결의 기대감을 높였다. 당일 특별한 합의 없이 입장차만 확인하는 선에서 미팅이 종료됐지만 업계에서는 수개월간 대치하던 국내 대표 업체 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만남 직후 LG화학 측은 "양사 CEO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고 밝혔고, SK이노베이션 측은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후속 논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당분간 양측이 소송과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곧바로 단행된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분위기는 경색됐다. 경찰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이노베이션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 서산 배터리공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의 시점에 업계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사건을 전담한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추가적으로 확보할 자료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상황이 있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남이란 자리를 깔아주는데 일조한 정부도 머쓱해졌음은 물론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양사는 곧바로 상호 비방전 수위를 높였다.

압수수색이 알려진 직후 LG화학은 입장문을 내고 구체적인 증거를 보강해 추가 공격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LG화학은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경쟁사의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함에 따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SK이노베이션의 이력서와 면접 형식 등을 이례적으로 자세히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누가 여론전을 하고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LG화학을 공개 비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며 “우선 지금은 한국 배터리 산업을 위해 협력해야 할 시기이며 또 언론과 여론이 우려하는 해외 경쟁사의 어부지리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배터리 양대 산맥의 갈등이 격화하는 것을 정부와 업계는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압수수색이 수사상 필요에 의한 절차였겠지만 양사 간 감정의 골을 깊어지게 한 조치이기도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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