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김포 요양병원 화재] “우리 엄마 어딨어요” 현장 찾은 가족들 발동동
뉴스종합| 2019-09-24 14:52

24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경기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 환자 이정순(91) 씨 딸이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모습.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24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경기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 1층 로비. 대피한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24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경기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 1층 로비. 대피한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포)=정세희 기자] “우리 엄마 괜찮대요? 환자들 어딨어요?”

24일 오전 11시 20분께 경기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 앞. 60대 여성이 “엄마”를 외치며 병원 입구쪽으로 뛰어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오열하며 뛰던 그는 병원 앞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바닥에 주저 앉은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계속해서 엄마를 찾았다.

요양병원 인근은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온 환자 가족들로 가득했다. 병원 1층 입구엔 대피한 환자 40~50명이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환자 보호자들은 침대에 누워 있는 수십명의 환자들 속에서 가족 이름을 불렀다. 환자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가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80대 환자 보호자 A 씨는 “회사에서 있다가 뉴스를 보고 달려왔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고 눈 앞이 깜깜했다”고 전했다.

환자를 찾지 못한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렸다. 환자 조모(80) 씨의 아들 한모 씨는 “명지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하는데 그곳에는 우리 엄마가 없다고 한다”며 “어머니를 어디서 찾아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화재 당시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나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떠올렸다. 환자 이정순(91) 씨는 물에 젖은 수건을 보여주며 “연기가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직원이 이것을 줘서 코와 입을 막고 이불을 덮고 있었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3층에 있었던 병원 식당 직원은 “식당에서 점심 준비하느라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영양사가 불났다고 해서 급하게 뛰어나왔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가 연기가 자욱해 계단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총 132명의 입원환자들이 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화재 당시 병원 직원들과 간병인들이 손수 이동식 침대를 밀어 이동하거나 누워있는 환자를 휠체어에 옮겨 차량 경사로를 통해 대피시켰다고 한다. 간병인 박경숙(71) 씨는 “환자를 손수 휠체어에 태워 급하게 같이 내려왔다”며 “거동이 불편하시 분들이 많은데 정말 큰일이 날뻔 했다”고 울먹거렸다. 박 씨의 양손은 연기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번 불은 이날 오전 9시 3분께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에서 발생해 50여분 만에 꺼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90대 여성 2명이 숨지고 다른 환자 36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11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요양병원 4층 보일러실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원준희 김포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화재현장 브리핑에서 “병원(4층) 내 16.52㎡ 규모 보일러실에서 불이 처음 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신고 내용을 토대로 건물 4층 보일러실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합동 감식을 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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