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K 바이오 몰락 면하려면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뉴스종합| 2019-09-25 11:12

또 임상 실패 소식이다. 이번엔 코스닥 시가총액 4위의 바이오 벤처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다. 이 회사는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유전자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 ‘엔젠시스’의 중간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에이치엘비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터진 임상 실패 소식이다.

헬리스미스의 하한가 주가는 이날 장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를 쳤고 코스닥 바이오 종목을 아우르는 ‘코스닥150 생명기술’의 이날 시가총액도 33조4294억원으로 떨어졌다. 연초보다 거의 4분의 1토막이 날아갔다. 이쯤되면 K 바이오의 몰락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약 개발의 실패는 놀라울 것도 없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거대 신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신라젠이 간암 환자용 신약 항암제 ‘펙사벡’의 개발을 중단한 것이나 그에 앞서 지난 6월 에이치엘비가 위암 치료제 신약 ‘리보세라닙’의 개발에 실패한 것은 그나마 낫다. 임상 실험에서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헬릭스미스와 지난 5월의 코오롱티수진 사태는 다르다. 황당하다 못해 어이없는 사례다.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미국 FDA로부터 임상 3상 중단 명령을 받은 이유는 약의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세계최초 유전자세포 치료제라는 점만 부각하고 성분이 뒤바뀐 것을 감춘 것이다. 효과는 차치하고 국내에서도 신약에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품목허가취소 결정을 맞은 것도 이런 부도덕성 때문이다.

이번 헬릭스미스의 헛발질은 또 다른 측면의 사례다. 이 회사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인 엔젠시스의 임상 3상 실험(환자들에게 진짜 약과 가짜약을 섞어 투약해 효과를 측정하는 과정)을 진행중이었다. 원래 약의 진위는 의사도 환자도 모르게 진행하는데 결과적으로 진짜약을 먹은 환자는 그대로이고 가짜약을 먹은 환자가 호전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회사도 약의진위를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실험 자체를 왜 했는지 믿기 힘든 실수를 한 것이다.

헬릭스미스는 1996년 11월 서울대 교내 벤처로 출발해, 2005년 기술상장특례 1호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다. 한때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오르며 바이오 업계의 총아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번 실패는 그런 명성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기본기다. 실적에 대한 유혹과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어설픈 기술력의 한탕주의여선 더욱 안된다. K바이오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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