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초저가’로 승부수…대형마트의 반격
뉴스종합| 2019-10-01 11:23
롯데마트가 오는 2일부터 한 달간 2000여 품목을 할인해 판매하는 ‘통큰 한달’ 행사를 진행한다. 고객이 행사 상품인 ‘L바이젠 맥주’를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위기의 늪에 빠진 대형마트 업계가 ‘초저가’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마트발 초저가 경쟁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도 참전하면서 대형마트의 초저가 경쟁은 ‘초저가 치킨게임’으로 확전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의 초저가 치킨게임은 지난 2010년 불황기 때 이들이 벌였던 ‘10원 전쟁’과도 양상이 다르다. 예전에는 상식 수준의 가격이 형성된 상황에서 누가 10원 더 싸게 파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요즘엔 경쟁사 가격과 상관없이 50% 이상 할인 혹은 ‘최저가’ 등으로 훨씬 공격적이다. 그만큼 온라인에 뺏겼던 고객들을 데려 오려는 대형마트의 의지가 강한 셈이다.

▶1000억원 규모로 ‘초저가’ 맞불 놓은 롯데마트=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오는 2일부터 ‘통큰 한달’ 행사를 시작하면서 초저가 행진에 동참했다. 할인 대상은 총 2000여 품목, 물량도 1000억원 규모로 최대 수준이다.

워낙 행사가 크다보니 행사를 2주씩 나눠 진행한다. 첫 2주동안 진행되는 ‘통큰 한달 1탄’에서는 행사 대상 품목의 절반인 1000여개 품목에 대한 할인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행사 내용도 저렴한 제품을 더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품질의 제품에 대해 할인율을 높이거나 최저가로 내놓은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맥주다.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 맥주인 ‘L바이젠 맥주(330㎖)’를 발포주 수준인 1캔당 825원에 판매한다. 국내 최저가다. 와인인 ‘레오 드 샹부스탱’은 카베네쇼피뇽과 멜롯 모두 7900원이다. 이는 정가보다 50% 싸다.

제주도 감귤 밭의 6% 내외인 황토에서 자라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제주 황토밭 하우스 감귤(2㎏)’도 일반 하우스 감귤 수준인 9800원에 판매한다. 국산 건전지 벡셀(BEXEL, 16개입)도 절반 가격인 4950원에 선보인다. 인기 완구 ‘빠샤메카드’ 전 품목도 정상가(1만9900원) 보다 50% 싼 9900원에 판매한다.

▶‘상시화되는 초저가’…출혈경쟁? 가격구조 혁신?= 대형마트의 초저가 전쟁을 촉발한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란 모토로, 지난 8월부터 상시 초저가 전략을 개시한 것.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초저가 경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사실상 출혈 경쟁이 아니냐는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트가 지난 8월 이후 할인점 매장 매출 신장률이 3.3%로 플러스 전환하고, 매장 방문 고객 수도 8% 늘어나는 등 효과를 보자 업계 분위기도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의 초저가 경쟁 뒤에는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상시적인 가격인하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초저가 경쟁은 상시화되는 양상이다.

사정이 이렇자, 홈플러스도 내부적으로 과도한 할인 행사에 따른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팔을 걷고 할인 전쟁에 나선만큼 가만히 있기는 어렵게 됐다. 이에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를 겨냥한 ‘대한민국 빅딜가격’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행사 내용은 가을 제철 먹거리를 위주로 배와 사과 등 과일은 물론, 한우와 호주·미국산 쇠고기, 킹크랩 등이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맥주도 ‘세계 맥주 페스티벌’을 통해 32개국 300여종의 맥주를 모아 4캔을 9000원에 판매한다.

다만 이마트를 제외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출혈 경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상시 할인을 하지는 않는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통큰 한달’ 행사는 30일까지, 홈플러스의 ‘대한민국 빅딜’은 9일까지 한다. 하지만 11월 ‘블랙프라이데이 ’ 행사, 12월 연말 행사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도 이마트처럼 ‘할인 행사의 상시화’가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에 온라인몰로 고객이 이동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형마트들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며 “단순히 경쟁사보다 싼 가격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통틀어 가장 싼 ‘초저가’ 정도는 돼야 고객들이 물건을 사러 마트에 방문한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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