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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부처 엇박자로 차단 실기
뉴스종합| 2019-10-14 11:14
[환경부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들이 비무장지대(DMZ)에 이어 이제 민통선까지 확산되는 등 국경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 당초 북한 접경지역을 통한 전염 가능성이 높은데도 부처 간 엇박자로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원천차단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방역 당국이 뒤늦게 멧돼지 사살 등 포획 강화 조치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방부 등에 따르면 방역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지난달 17일 국내에서 돼지열병이 첫 발생한 이후 전파 차단에 총력대응하고 있다. 13일 기준으로 15만4548마리를 살처분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한달여 동안 주말도 없이 오전 오후 두차례 정부세종청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상황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최근 링거를 맞으면서까지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그런데 방역망은 멧돼지에서 뚫렸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진현리 민통선 내 군부대에서 신고한 멧돼지 폐사체 2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13일 밝히면서다. 1시간 뒤에는 이 폐사체 주변에서 또 다른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됐다. 철원군과 경기 연천군에서 11일 발견된 멧돼지 2구에서도 ASF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둘다 DMZ 이남 민통선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돼 DMZ가 뚫린 것이다.

양돈업계와 수의전문가들은 중국 칭따오에서 ASF가 발생했을 당시부터 멧돼지를 매개체로 북한을 거쳐 ASF 국내유입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개체수 조절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청했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강력한 멧돼지 사살대응 주장에 환경부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며 적극적인 총기포획에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방부도 지난 6월8일 이낙연 총리가 유엔사와 협의해 DMZ내 멧돼지에 대한 사살이 가능하도록 해놨지만 DMZ 멧돼지 폐사체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확인되기까지 수개월간 멧돼지 사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간 일사분란한 협업이 필수인 ‘방역 안보’에서 정부간 엇박자로 조기차단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접경지역 멧돼지 폐사체 급증하는데도 “DMZ 철책 못 뚫는다”며 오판한 관계 당국의 대응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감염 사례가 나오고서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입장 변화를 보였고 국방부도 ‘야생멧돼지가 우리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할 것으로 보이나, 열상감시장비 등을 이용해 이동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통선 멧돼지까지 감염이 확인되면서 접경지역이 상당 부분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멧돼지 관리에 실기하는 바람에 30만 마리로 추정되는 야생 멧돼지에 ASF가 창궐할 경우, 토착화하면서 사육 돼지를 아무리 살처분해도 종식이 어려울 거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대우·배문숙 기자/de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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