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근로시간단축 후폭풍] 일단 시행하고 유예하고…확대 적용 앞두고도 땜질 처방 난무
뉴스종합| 2019-10-17 10:43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50인 이상의 사업장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지지부진한 제도 보완이 집중적인 질타의 대상에 오르고 있다. 관련 입법 마저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땜질 처방을 남발하고 있다. 유예 기간 적용과 연장 등이 이어지자 허울 뿐인 제도라는 비판 마저 쏟아진다. 기업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안 없이 섣불리 제도를 도입했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근로시간단축을 이미 적용 중인 대기업은 그나마 자체 인력풀을 활용, 사전 준비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제도를 정착해 가고 있는 반면, 제도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의 현장에서는 대혼선이 예상된다.

이에 정부와 기업들은 국회에서의 관련 법안 정비가 더딘 데 책임을 돌린다. 지난해 7월 시행 이후 1년이 넘도록 땜질식 대안들만 난무하고 정작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는 최근 혼란스런 정국과 여야의 기존 입장 차이로 처리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발의된 근로기준법개정안 중 주52시간제(탄력근로제)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은 총 9건이다. 이 중 3건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만 됐고, 4건은 고용노동소위에 회부됐으며, 남은 2건은 환노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그나마 의미 있는 개정안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돼 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상시 10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21년, 상시 5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은 2022년, 상시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은 2023년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행일을 연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노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재량 근로시간제 대상 업무를 ‘근로자와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주52시간제도의 최대 이슈인 탄력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놓고도 제각각의 방안을 제안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탄력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인 3개월을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 이내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같은 당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사업 또는 사업자의 특성에 따른 사유로 추가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시간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의원들은 현재 시행 중인 제도의 큰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기존 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외에 단위기간이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원욱 의원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반영해 ‘20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21년, 100명 이상 200명 미만 사업장은 2022년, 5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은 2023년,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주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제도 시행이 1년을 넘어가고 확대 시행 마저 목전을 둔 상황에서도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땜질식의 미봉책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이달 중 발표한 정부 대책 또한 유예기간 부여 등 처벌을 미루는 선에 그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황망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동 인력풀이 협소한 중소기업은 제도 적용 시 ‘사용자(사업주)가 곧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경제단체 관계자는 “내년 1월1일부터 주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되면 최저임금 인상 때처럼 시행 후 보완하더라도 큰 피해와 혼란이 우려된다”며 “국회가 협의해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명확하게 제시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줘야 현장에서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정치권의 관심은 더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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