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먼저 국채 10년 금리가 0%대에 진입한 국가들의 고령화율과 한국의 인구추계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 국채 10년 금리도 향후 4년 내에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는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과 같은 궤적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2%대 후반에서 2020년대에는 2%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자본과 노동의 성장 기여도 하락이 주된 요인이다.
기존 경제학은 인플레와 확대균형의 시대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맞이해야 할 인구감소의 시대는 역성장과 디플레의 축소균형 시대다. 축소균형 시대가 무조건 불행한 건 아니다. 기술 발달로 1인당 GDP가 성장해도 그보다 인구감소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전체 GDP는 감소한다. 이렇게 경제규모와 ‘국력’이 축소되더라도 1인당 GDP가 성장하는 한 개인의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다.
제로금리 시대에선 경기침체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마이너스 성장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2000년대 이후 전기비 평균성장률이 0.2~0.3%에 머물렀던 유로존은 지난 20년간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기간이 27%에 달했다. 제로금리는 곧 마이너스 성장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을 시사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곧 ‘금융위기급 침체’를 의미하진 않는다.
부동산 시장은 차별화될 것이다. 임대수익이 가능한 수도권의 핵심지역 또는 개발 이슈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만 부동산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 시장은 월세와 임대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며, 전세는 사라질 것이다. 임대인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 위험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면서 월세와 임대수익은 예금금리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
상속 및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현금화폐 수요도 증가한다. 고액권 지폐를 폐지하거나 대규모 현금거래를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화폐개혁에 대한 걱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금 보관을 위한 금고 및 감시비용, 지급결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현금화폐 수요가 대규모 은행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부채부담 확대로 종신 및 연금보험의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예대금리차 축소로 은행의 수익성이 낮아질 것이다.
보험, 연기금의 운용 토털리턴(Total Return)도 낮아질 전망이다. 해외투자를 포함한 자산운용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며, 수수료가 저렴한 인터넷은행, 핀테크, 인공지능(AI) 기반 등의 자산운용 등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금융투자업과 카드산업 등 수수료 중심 구조의 비즈니스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한 대형화가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부채인 퇴직연금 적립금 부족분 부담이 높아지고, 사업자금 중 일부가 투입되면서 성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성장하는 자산과 기업들을 찾는 해외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외환전략의 중요성이 점차 더 강조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해외투자를 통해 대외순자산 규모를 선제적으로 늘려둬야 한다.
고령화에 따른 저축총량 감소로 2030년부터는 우리나라도 경상수지 적자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배당, 이자 등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상품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