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촌스런 시골이 배경이지만 사람들 생각이 세련돼 있다
엔터테인먼트| 2019-10-20 15:43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성공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대작이 아니어도 이야기에 집중하는 소소한 작품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등 드라마 관계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우리는 머리가 복잡하고 피곤함을 느낄 때 조용한 시골로 가고싶어한다. 바쁜 디지털 생활보다는 한가한 아날로그 세상을 꿈꾸며. 그런데 막상 농촌드라마를 하면 사람들이 잘 안본다.

‘동백꽃 필 무렵’의 공간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시골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옹산’이다. 도시에서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옆집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르지만, 옹산에는 서로 동네 사람 뚝배기 개수까지 알 정도로 이웃끼리 친하다. 동백의 전 남자인 스타 야구 선수 강종렬(김지석)은 옹산에 대해 “온 동네가 가족 같애. 친절하지는 않은데, 뭔가 뜨뜻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판타지적 공간 설정만으로 시청자들을 이 정도로 잡아당길 수는 없다. 그 공간속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세련돼 있다. 옷을 세련되게 입는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이 세련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의 멜로도 충청도 시골의 공간에서 이뤄지지만, 알고보면 매우 세련돼 있다.

황용식(강하늘) 엄마역인 번영회 곽덕순 회장(고두심) 한 사람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드라마 같으면 아들이 애까지 딸린 여자가 좋아서 죽겠다고 하면 엄마가 결사코 반대할텐데, 곽 회장은 ‘절친’ 동백(공효진)에게 “지금 당장 결정 하지 말고, 시간이 지나서도 그런 생각이 계속 들면 그때 결정하자”고 말한다. 나름 쿨한 중년 여성이다.

동백 엄마 정숙(이정은)은 동백이 7살때 동백을 버려 실어를 동반한 치매에 걸려 돌아왔지만, 맨 정신일때 보면 보통 엄마가 아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인 황용식(강하늘). 요즘 이런 남자가 어디있나? 단순히 시골에 간다고 구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다. 용식은 인간적으로도 괜찮은 사람이며 사랑도 제대로 할 줄 안다. 여자가 뭘 좋아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캐치할 줄 아는 ‘연애 9단’의 자질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동백(공효진)에게 “그녀가 그냥 이뻐서 반했”지만 사실은 말도 굉장히 잘한다. 동백에게는 “동백 씨는 그릇이 대자여 대자” “본능과 이성의 어떤 극적 타결을 이룬 부분...” “동백 씨 있는 곳이 지뢰밭이면 더더욱 혼자 안내버려둬요” “동백씨에게는 제가 세상 가장 쉬운 놈이 될겨”라고 한다.

용식은 옹산에서 혼자 8살 아들 필구를 키우고 술집을 운영하며 제일 만만한 취급을 받는 싱글맘 동백에게 가장 예의있게 대해준다. 남들이 동백을 쉽게 여기니, 자신이 귀하게 대접해줘야 동백이 살아난다.

용식이 동백의 전 남자 강종렬(김지석)에게는 “너는 남는 시간에 추억놀음하는 거고, 나는 모든 걸 다 걸고 동백씨 좋아해” “넌 뭐여! 난 현역”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종렬에게 양보해줄 때는 종렬이 자신의 아들인 필구와 함께 있을 때만이다.

여성들이 용식 같은 남자를 싫어하기는 힘들다. 동백도 “용식 씨는 대출도 안나오는 제 인생에 보너스 같은 사람. 날 걱정해주는 사람 하나가 세상을 바꿔요”라고 말한다.

안그래도 직진형인 용식은 엄마에게 코치를 받았다. “지키는 놈은 쳐들어오는 놈 못이겨”라는 엄마의 말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그런데 그 마음이 순수해서 사람들이 용식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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