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메모리·TV 등 12개분야 세계 1위…‘초일류’ 삼성신화 일궜다
뉴스종합| 2019-10-31 11:21

삼성전자가 11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지천명(하늘의 명을 안다)’ 삼성전자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도쿄 선언’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발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달성했다. 흑백 TV로 시작해 메모리반도체, TV, 스마트폰 등 12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 변방의 전자회사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선도하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반세기 성공신화가 대한민국 경제 ‘한강의 기적’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유다.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살아왔고 나의 갈길이 사업보국(報國)에 있다는 신념에도 흔들림이 없다” -1976년 이병철 선대회장

삼성전자는 1963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시작했다. 이후 1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해 통합 삼성전자를 출범시키면서 창립기념일을 바꿨다.

‘제2 창업’을 선언한 반도체 합병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 일등공신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그보다 앞선 1974년 ‘한국반도체(삼성반도체의 전신)’를 인수하면서다. 당시 동양방송 이사였던 이건희 회장은 사비를 털어서 한국반도체를 인수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반도체 투자에 주춤했던 이병철 선대회장도 1983년 2월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하며 “반도체 사업은 나의 마지막 사업이자 삼성의 대들보가 될 사업”이라고 했다.

같은 해 삼성전자는 64K D램을 세계 3번째, 국내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64K D램 생산라인 준공에서 양산까지 18개월이 걸린다는 통념을 깨고 6개월 만에 건설을 완공하면서 반도체 신화의 서막을 열었다. 이어 10개월 만에 256K D램 개발에 성공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6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반도체 ‘양대산맥’인 D램에서 27년 연속 1위, 낸드 플래시 17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2018년 58조8900억원)에서 반도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6%(44조5700억원, 2018년 기준)로, 그룹 최고 효자품목이 됐다. SK하이닉스와 함께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것은 반도체만이 아니다.

TV(13년 연속·시장점유율 29%), 냉장고(7년 연속·19.7%), 스마트폰(8년 연속·20.3%), 중소형 OLED 패널(12년 연속· 91.5%), 스마트 사이니지(10년 연속·18.6%), DDI(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17년 연속·26.9%) 등 12개 분야에서 세계 1위다.

종업원 36명으로 시작한 삼성전자는 2018년 기준 임직원 10만3100명의 거대 글로벌기업이 됐다. 매출은 창립 첫해인 1969년 3700만원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인 243조7700억원으로 무려 ‘659만배’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1997년 3조9770억원(11월 18일 기준)에서 2019년 300조8770억원(10월 30일 기준)으로 100배 커졌다.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가운데 21.6%를 차지한다. 지난 30일 종가(5만400원)를 1975년 6월 11일 증시 상장일 주가(5905원)와 비교하면 액면분할을 감안해 약 500배 올랐다.

또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는 611억달러(71조2700억원·세계 6위)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간판 기업,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 앞에는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가 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

▶“양(量)보다 질(質)…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경영 선언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밑거름이 됐다. 1987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은 취임식에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후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이라는 대혁신을 단행한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로 경영진 200여명을 긴급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는 장남 이재용은 물론, 조카 이재현(현 CJ그룹 회장·이건희 큰 형 이맹희의 장남), 이재관(전 새한그룹 부회장·이건희 작은 형 이창희의 장남)도 포함됐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그동안의 경영풍토였던 ‘양(量) 위주의 경영을 과감히 버리고 질(質) 위주의 경영’을 펼치겠다는 삼성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이수빈 비서실장이 “양을 포기할 수 없다”고 직언하자 이 회장이 찻숟가락을 테이블에 내던지며 격노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나이 51세 때였다.

이듬해 삼성전자는 ‘국민 휴대폰’ 애니콜을 출시했고 이는 스마트폰 갤럭시 성공의 초석이 됐다. 2006년에는 보르도 TV로 37년 만에 세계 TV시장을 제패했으며, 2017년과 2018년에는 미국 인텔을 제치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포함한 종합반도체 왕좌에 올랐다.

2019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 '반도체 비전 2030' 발표하는 이재용 부회장.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다.” 2019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올해 51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 이후 삼성의 새로운 총수로 등극했다.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자동차 전장부품 등 미래 성장사업에서 새로운 100년을 향한 기틀 마련에 전념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핵심역량 집중을 위해 방산과 화학 등 이익을 내는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하고 신사업에 대한 선제 투자를 단행했다.

작년 8월 삼성은 미래 신사업에 3년간 180조원(국내 130조원) 투자와 4만명 직접고용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올해 4월에는 2030년까지 메모리 뿐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이 부회장이 직접 발표했다.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삼성전자는 선진국과 거대기업이 포기하지 않은 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새 역사를 쓴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한층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삼성전자가 내부 역량만으로는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기 힘들다”며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른 속도로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최대 가치는 혁신 통해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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