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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비지니스”…WS 패하자마자 휴스턴 대신 ‘보라스 모자’ 쓴 콜
엔터테인먼트| 2019-11-01 10:48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19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 월드시리즈 5차전 원정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발 투수 게릿 콜. 당시 콜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 휴스턴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AP]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프로(페셔널)의 세계는 냉정하다.” “프로는 비지니스다.”

철저하게 돈이 우선순위가 되는 프로 스포츠의 세계를 단순하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격언들이다. 이 같은 프로 스포츠의 비정함을 직접 보여 준 선수가 있다. 바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였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투수 게릿 콜(29)이다. 콜은 잇단 ‘쿨한 행동’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을 통해 휴스턴과 결별하겠다는 뜻을 사실상 밝혔다.

콜의 ‘전 소속팀’이었던 휴스턴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2019 MLB 워싱턴 내셔널스와 월드시리즈(WS) 7차전에서 2-6으로 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2-0으로 앞서가다, 7회초 잇달아 홈런포를 맞고 역전패했다.

휴스턴은 원정 나가 3경기를 이긴 대신 홈 구장에서 4경기를 내리 졌다. 미국 4대 프로 스프츠 중 단판 경기인 슈퍼볼로 우승을 가리는 미식축구(NFL)를 제외하고, 7전 4선승제로 우승팀을 가리는 MLB, 농구(NBA), 아이스하키(NHL) 중 최초의 사례다.

침울한 휴스턴의 분위기 속에서도 콜은 ‘쿨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에서 패한 직후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자 콜은 “꼭 해야 하나? 난 엄밀히 말하면 실업자”라면서 “이제 이 팀(휴스턴)의 선수가 아니다”라며 주저하기까지 했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2019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 홈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하고 있는 투수 게릿 콜. 소속 팀이었던 휴스턴 모자 대신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운영하는 보라스코퍼레이션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이 경기에서 휴스턴 2-6으로 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휴스턴 지역 지상파 채널 KHOU 방송 화면 캡처]

결국 인터뷰에 나선 콜은 무척 ‘솔직한 면모’를 선보였다. 콜은 ‘H’가 박힌 휴스턴의 모자 대신 ‘B’가 박힌 낯선 모자를 쓰고 인터뷰 현장에 나타났다. 바로 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운영하는 보라스코퍼레이션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였다.

콜은 취재진의 질문에 ‘휴스턴’이라는 단어 대신 “나 자신을 대표해서”라고 먼저 입을 뗐다. 자신의 행동을 통해 휴스턴과 이별을 복선처럼 암시한 것이다. 이어 “워싱턴은 좋은 팀이다”며 “한 번은 홈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그들이 원정 4경기를 모두 이긴 것에 충격을 받지 않는다”며 오히려 상대팀을 치켜세웠다. 현지 지역지 휴스턴 크로니클의 헌터 앳킨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모습을 고스란히 묘사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콜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 콜의 계약은 올 시즌까지다. 시즌이 끝나면 바로 FA가 된다. 그러나 현지 팬들은 관련 뉴스와 SNS에 ‘그는 이미 떠났다’, ‘1차전을 이기지 못한, 지구에서 가장 나쁜 남자’ 등 부정적 댓글로 섭섭함을 표현하고 있다.

콜도 팬의 반응이 신경 쓰인듯 1일(한국시간) 트위터에 “휴스턴 팬들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의 긴 글을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헤어지겠다”는 뉘앙스였다. 최근 MLB 뉴욕 양키스에서 은퇴한 C.C. 사바시아도 그랬듯, 은퇴하거나 이적하는 선수는 SNS나 지역지 광고를 통해 긴 글을 남기는 사례가 많다. 콜은 “지난 밤은 힘들고 가슴 아픈 하루였다”며 “휴스턴에 오기 전까지는 이 팀에 대해 자세히 몰랐으나 2년이 흐른 지금, 이곳에서 집과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서두를 꺼냈다.

콜은 “팬 여러분들은 내 가족과 나에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친근하게 대해 줬고, 환영을 해 줬고, 친절을 베풀어 줬다”며 “애스트로스 구단은 운동선수로 매우 즐겁게 뛸 수 있도록 해 줬다. 이 팀과 이 지역에서 평생 함께할 친구들을 만났고, 그에 따라 투수로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나를)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 줘 감사하다”며 “이번 시즌은 매우 훌륭했다. 자랑스럽다"고 끝을 맺었다.

2013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 한때 강정호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콜은 이후 MLB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스 투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그는 2년 전 트레이드를 통해 휴스턴으로 소속팀을 옮겼다.

콜은 올해 정규 시즌에서 20승 5패, 평균자책점 2.50, 탈삼진 326개라는 놀랄만한 기록을 남겼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1위이며, 탈삼진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팀 동료 저스틴 벌랜더와 함께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5경기에 등판, 4승 1패, 평균자책점 1.72, 36⅔이닝 동안 11볼넷, 47탈삼진으로 활약했다. 다만 WS 1차전에서는 7이닝 5실점으로 부진,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FA인 콜이 역대 투수 최고액을 받을 전망이 나오고 있다. MLB 공식 사이트 MLB닷컴은 이날 “콜이 총액과 평균 연봉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콜을 노리는 구단으로는 고향 팀 LA 다저스·LA 에인절스와 어릴 때부터 팬이었던 뉴욕 양키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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