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글로벌Insight-이성훈 KOTRA 상파울루무역관 과장] 한국의 시야 밖, 브라질은 개혁 중
뉴스종합| 2019-11-11 11:15

올해 취임한 보우소나루 신정부가 연금 개혁에 이어 조세와 행정에 대한 추가적인 개혁을 예고하는 등 거대한 브라질이 속도는 느리지만 천천히 개혁을 해나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게 브라질은 한국에서 얻기 힘든 현지 정보, 밤낮이 바뀌는 시차와 너무 먼 거리로 고생스런 국가다. 높은 관세와 각종 비관세 장벽, 불안정한 헤알 환율까지 더해져 수출하기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지역으로도 꼽힌다.

한국의 대 브라질 수출은 20위인 연간 500만달러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이 중에서도 70%는 현지 진출한 대기업 또는 협력업체에서 현지 생산을 위해 공급하는 부품이다. 현지 내수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제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가상현실(VR) 영어교육과 게임 콘텐츠, 소프트웨어 등 무체물 수출은 물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라질의 높은 관세, 비관세 장벽에서 자유롭다. 브라질은 인구 2억명 이상의 세계 7위 콘텐츠 소비 시장으로, 향후 관련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도전할만해 보인다.

내년 상반기부터 정부 주도로 투자개발형사업(PPP) 프로젝트들도 대거 발표될 조짐이다.

브라질 국영 인프라, 공공 및 민간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 시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2014년부터 경제위기가 시작되며 많은 기업들과 도로, 공항, 전력 등의 국유자산이 매물로 나왔고, 5년간 약 350억달러 규모의 400 개사가 미국, 중국, 프랑스 국적 기업들에게 인수됐다. 최근 브라질 정부는 공기업의 대규모 민영화 계획과 조폐공사, 우체국, 도시철도공사 등 우선 매각 대상 공기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브라질 시장에 관심있던 국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6년 한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사는 경영부실로 어려움이 있는 브라질 기업을 M&A하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의 납품 계약에 성공한 바 있다. 2017년 CJ 제일제당은 브라질의 식물성 고단백 소재업체인 셀렉타(Selecta)사를 인수했고, 브라질 최대 비유전자 변형 대구가공업체인 임포카(Impoca)사 2개 공장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GS건설의 수처리 부문 자회사 GS이니마는 브라질 수처리업체 FIP사 인수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 프로젝트 수주분야에서 ‘도급형’ 사업 수주에 주력해 오다보니 ‘투자개발형사업(PPP)’에서의 역량을 축적하지 못했다. 경제가 자동차, 반도체, 가전기기 등 ‘물품 중심의 수출’로 성장해오면서 프로젝트 수주도 대부분 호흡이 짧은 ‘도급형’ 위주로 집중해 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업과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조금씩 긴 호흡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작되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들은 해외 전담 조직을 확대하며 ‘해외 투자금융(IB)’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도 디벨로퍼로서 해외에서 자체 개발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브라질 시장은 이전보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기존의 ‘물품 수출’ 중심의 시각에서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브라질을 다시 바라보고 먼저 기회를 찾는다면 우리는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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