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성장주의 만으론 한계…상생·사회적 가치 외치는 총수들
뉴스종합| 2019-11-12 10:49

[헤럴드경제=산업섹션] 이익을 중시하던 기업 철학이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사회적 가치(SV)로 급변하고 있다. 변화는 3·4세 시대를 연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들이 이끌고 있다.

사회적 가치, 동반 성장 등의 언급도 잦아졌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벗어나 사회와 공존하기 위한 상생과 사회공헌 등의 사회적 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100년 삼성을 사회와의 교감에 초점을 맞췄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혁신하며, 함께 나누고 성장하는 기업’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메시지에서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며 “앞으로 기술혁신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는 “두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의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소중한 아들 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이미 발빠르게 이뤄졌다. 지난 2월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라는 새로운 사회공헌 테마를 발표하고,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지난해말 조직개편 때는 계열사별 사회공헌단 조직을 신설 또는 확대 개편하면서 인사팀장이 단장을 겸직토록 했다. 사회공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한 신호탄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혁신하며, 함께 나누고 성장하는 기업’을 강조했다.[삼성전자 제공]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불리는 최태원 SK 회장은 이를 자신의 브랜드화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본질이지만, 최 회장은 기업의 성장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 모토로 해야 한다는 철학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전반에 설파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우리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경제적 성과를 키우기 위해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진화시켜 왔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결국에는 우리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한다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5월 한해 동안 창출해 낸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의 글로벌 표준화 작업 참여를 추진하는 것도 맥을 같이 한다.

최태원 SK 회장이 올해 초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2019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SK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또한 ‘상생’을 강조한다. 지난달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과 만나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곧 한국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전체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자동차 판매 부진과 복잡한 대내외 변수로 부품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협력사와의 상생 입장을 강조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협력사 상생협력 및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은 올해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협력사 상생협력 및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6월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장관회의와 연계해 열린 수소위원회 만찬에서 공동회장 자격으로 환영사를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작년 6월 취임한 구광모 LG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고객 가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구 회장은 “지금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며 “LG의 고객 가치는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이다. 고객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하는 LG만의 고객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서 석박사 과정 R&D 인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LG 제공]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사업과 분리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활동이 부수적인 것이였다면 요즘은 사회공헌활동을 사업 모델에 반영해 사업 자체를 통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라며 “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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