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작가가 이렇게 잘 쓸 수 있나
엔터테인먼트| 2019-11-15 17:51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지난 3개월 간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종영까지 2회만을 앞두고 있다.

이 드라마의 특징은 대사가 쉬우면서도 다방면에 걸쳐 할 이야기를 충분히 담고 있다. 어렵지 않다는 게 큰 강점이다. 함축적이고 직감적으로 와닿는 대사가 감탄스러울 정도다. 이런 걸 촌철살인이라고 하지 않을까.

등장인물들중에는 ‘팔자 소관’의 여성들을 보여주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며, 결국 주도적 삶을 살고 있는 옹산 여자 주민들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어 남녀 대결, 젠더 대결 구도에 빠지지도 않는다.

임상춘 작가의 글은 쉽지만 많은 걸 담고 있다. 가족과 이웃, 인간관계에서 오는 따뜻한 휴먼 스토리부터, 사랑이 뭔지 아는 ‘촌놈’ 용식(강하늘)과 인생이 힘든 ‘싱글맘’ 동백(공효진)간의 멜로, 긴장감을 끌고가는 스릴러적 요소가 잘 버무러져 있다.

그 속을 보면 임 작가는 노희경의 세상과 가족을 보는 성숙함과, 김수현의 폐부를 찌르는 통렬함, 김은숙의 감각적인 트렌디물의 오글거림 등의 재능과 내공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듯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드라마 제작이라는 시장에 주는 의미도 매우 크다. OTT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홍수속에서 블록버스터도 만들어야 겠지만, 이야기가 주는 극성의 힘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첫 회부터 전채널 수목극 1위의 자리를 지켰고, 많은 시청자들 사이에선 ‘인생 드라마’라고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돼주는 로맨스

인생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기저에 두고 있다. 그리고 동백(공효진)과 황용식(강하늘)을 통해 ‘그렇다’라는 답을 들려줬다. 동백은 어려서는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커서는 한부모가 술집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모진 시선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 칼날과도 같던 시선에 동백은 웅크렸고, 마음을 졸이며 눈치를 봤다.

하지만 용식은 달랐다. 그가 동백에게 보낸 시선은 온기로 가득했다. 언제나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인 사랑과 응원을 쏟아 부었고, 그 사랑은 결국 동백을 변하게 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맹수의 본능을 깨운 그녀는 더 이상 말끝도 잘 못 맺는 ‘쫄보’가 아니었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 순간 생기는 기적을 목도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는 짙고 깊은 여운으로 꽉 들어차고 있다.

#. 장면마다 스며들어 있는 명대사

특히 임상춘 작가 특유의 현실 공감 유발 대사들은 ‘인생 드라마’로 등극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동백꽃 필 무렵’에는 장면마다 명대사가 스며들어있다. “동백 씨 이 동네에서 제일 세고요, 제일 강하고, 제일 훌륭하고, 제일 장해요”, “나를 잊지 말아요”, “너 눈깔을 왜 그랴” 등 어느 장면을 봐도 꼭 한 번씩은 등장하는 공감 가득한 대사에 뭐 하나 딱 골라서 뽑기도 힘들 지경이다. 편견, 외로움, 사랑, 모성, 부성, 결혼, 바람 등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관철하고 있는 이 대사들은 때로는 웃기기도, 때로는 울리기도 하며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 한 사람이 아닌, 등장인물 모두에게 주목하게 되는 이야기

‘동백꽃 필 무렵’에는 동백과 용식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에게만 집중된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그래서 아빠의 성장기를 보여주고 있는 강종렬(김지석), “자존감은 없고 자존심만 머리 꼭대기인 관종” 제시카, 철없는 ‘어른아이’ 노규태(오정세),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홍자영(염혜란), 한 사람쯤에게는 꼭 기억되고 싶었던 향미(손담비), 자식에게는 ‘을’이 될 수밖에 없는 동백과 용식의 엄마 곽덕순(고두심)과 조정숙(이정은), 그리고 동백을 까불이로부터 지키겠다고 나선 멋진 ‘옹벤져스’ 언니들까지. 누구도 미워 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설득되고야 만다. 소시민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는 드라마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뺏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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