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프리즘] 문재인과 모병제
뉴스종합| 2019-11-19 11:11

“모병제로 가는 것이 맞지요.”

지난 2012년 부산 서면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게 ‘모병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당장 모병제를 도입하면 국가 재정 충격이 크니, 사병 월급을 올리되 종국에는 모병제로 가야 한다고 보탰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만을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은 ‘사병 월급을 올리겠다’는 생각을 충실히 이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듬해인 2018년 사병월급(병장 기준)은 전년 대비 88% 오른 40만5700원이었고, 2020년에는 54만900원으로 오를 예정이며, 오는 2022년에는 67만6100원으로 인상된다. 사병 월급 인상으론 역대 최고다. 역으로 얘기하면 대통령의 생각인 모병제 시행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복심 민주연구원장이 모병제 논란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휘발성이 큰 모병제 이슈다보니 억측도 따라 붙는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젊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연구원이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모병제 도입시기는 2025년이다. 2025년 군대를 가야할 젊은층(현재 14~15세) 남성은 내년 총선에 투표권이 없다. 군대를 이미 갔다온 청년들은 모병제든 징병제든 이해관계가 없다. 도리어 군대 다녀온 청년들은 ‘본전 생각’에 모병제 반대 가능성도 있다. 모병제가 총선용이란 해석은 다만 우스개다.

사실 현재의 모병제 논의는 떠밀려 진행되는 측면이 크다. 인구 감소 탓이다. 지난 1986년 한해 44만명을 넘었던 징병대상자 수는 2017년에는 35만명으로 줄었고, 오는 2022년에는 최저 22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현역 대상은 줄어드는데 ‘60만 대군’ 외형을 유지하려다보니 무리수가 나온다. 병역특례 수를 줄이고, 신검 기준을 낮춰 현역을 더 뽑고, 귀화자들에게 군대를 가게 하겠단 방편도 나온다. 줄어드는 사병 수에 맞춘 징집 체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병제가 되면 국방력이 약해진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그러나 세계 최강 군을 보유한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192개 국가 가운데 103개국이 모병제다. 징병제(66개국) 국가보다 모병제 국가가 더 많다. 심지어 ‘원 차이나’를 주창하는 중국을 대적하고 있는 대만 역시 모병제다. 말하자면 ‘국방력이 약해진다’는 우려는 그냥 기우다. 진짜로 국방력이 약해졌다면 징집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군 운용이 주 원인이다.

‘한국 특수론’ 주장도 있다. 예컨대 핵을 보유한 북한이 있지 않냐는 주장이다. 그럼 징병제를 유지하면 핵을 막을 수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시기 상조’ 반론도 앞으로 많이 들을 얘기다. 2000년대 초에도 모병제 논란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많았다. 20년전에도 시기상조, 지금도 시기상조라면 반론이라기 보단 ‘그냥 싫다’는 얘기다. 스무살 언저리의 한국 젊은 남자들이 원치 않는 곳, 군대에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현 상황은 수정돼야 한다. 그가 말했듯 모병제로 가는 것이 맞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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