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공사비 못받았다”던 조국 동생, 건설회사도 ‘페이퍼컴퍼니’
뉴스종합| 2019-11-19 11:17

조국(54) 전 법무장관의 일가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허위소송을 벌이는 등 노력한 정황이 동생 조모(52) 씨의 공소장을 통해 공개됐다. 그동안 조 전 장관 측에서 주장한 16억원대 공사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친동생이 하도급 받은 공사 계약서도 공사가 이뤄진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 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고려시티개발이 1996~1997년 진행된 웅동중학교 건설에 애초에 참여한 적이 없는 유령회사라고 적었다. 고려시티개발은 당시 부친이 대표이사로 있던 고려종합건설로부터 하도급 계약을 맺는 등 웅동학원과 관련해 총 16억 원대의 공사를 맡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관련 계약서 자체가 공사대금 채권 소송이 이뤄지기 직전인 2006년 중순경 허위로 작성됐다. 부친 명의로 작성된 지불각서는 6장에 달하는데, 24%의 높은 연체 이율을 적어줬다. 공사가 끝난 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하도급 계약이 체결된 만큼, 당연히 조 씨가 공사를 실제로 수행한 내역은 없었다. 검찰이 확보한 고려시티개발의 등기부 등본에 설립 당시 사무실 주소는 고려종합건설의 사무실 주소와 동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씨와 그 부친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허위소송을 기획했다고 봤다. 조 씨와 그 부친은 2006년 10월 31일 창원지방법원에 공사대금 채권 청구소송을 제기한 직후인 같은해 11월 10일 웅동학원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때 원고인 조 씨를 웅동학원의 ‘법인 사무국장’으로 지정하고, 웅동학원의 법원 및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안이 의결됐다. 조 씨가 민사소송의 원고이자 피고 역할을 맡은 것이다. 웅동학원은 소송에서 무변론으로 응해 조 씨가 승소했다.

검찰은 조 씨가 이같이 51억 7000만 원의 채권을 확보하는 등 웅동학원에 115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조 씨와 부친이 웅동학원 이사를 맡고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는 허위소송을 제기한 사실은 숨겼다고 했다. 조 씨와 부친은 소송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하거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2차 소송 때는 2010년 사망한 부친을 대신해 이사장에 오른 모친 박모 씨를 제외하고 다른 이사나 교직원들은 소송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당시 웅동학원 이사였던 조 전 장관은 허위소송 사실에 대해 몰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 씨의 위장이혼은 확보한 채권이 사업실패로 날아가려고 하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는 2008년 7월 사업자금 명목으로 14억 원을 빌렸는데, 웅동학원과의 소송에서 확보한 채권을 저당잡혔다. 검찰은 조 씨가 아내 조모 씨에게 채권을 넘기고 실질적인 이혼의사 없이 2009년 법적으로 이혼해 채권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이후 조 씨와 전 부인은 채권의 소멸시효가 다가오자 이를 연장하기 위해 전 부인과 자신의 또다른 페이퍼컴퍼니인 ‘코바씨앤디’ 명의로 2016년 2차 허위소송을 벌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공소장에는 조 씨가 웅동중 교사 지원자 2명으로부터 1억 8000만 원을 받고 넘겨준 시험지를 모친 박 이사장의 집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입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박 이사장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여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시험문제 출제 개입의혹이 제기된 정 교수에 대한 조사도 한차례 진행했다. 조 전 장관의 이름도 공소장에 7번 나오지만 공범으로는 기재되지 않았다. 문재연 기자/mu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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