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무분별한 규제 남발이 ‘혁신’ 씨 말린다
뉴스종합| 2019-11-19 11:32

전문가들은 ‘혁신이 말라죽는 배경’에는 무분별한 입법 양산이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특히 규제영향평가 없이 무분별하게 규제를 양산하는 의원발의 법률이 문제라며 규제영향평가 도입 등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실제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발의건수는 16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16대에 2507건에 불과했던 법안 발의는 ▷17대 7489건 ▷18대 1만3913건 ▷19대 1만7822건 ▷20대 2만3048건 등 큰 폭으로 늘어났다.

법안 발의 건수가 의정활동 평가로 이어지며 의원 발의 법안 건수의 비중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16대 국회에선 전체 법안 가운데 의원 발의 법안이 65.9%를 차지한 반면, 20대 국회에선 95.5%까지 확대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입법양산이 무분별한 규제 증가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20대 국회에서의 법안 가결 수가 5932건인데 이 가운데 규제 법안이 1698건으로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며 “규제 심화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낡은 규제를 유지하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김진국 배재대학교 교수는 “현재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경향으로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기 어려운 경제가 됐다”며 “이로 인해 국내 기업환경이 점차 나빠지다보니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가 외국인직접투자보다 세 배나 많아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규제는 수백조원의 비용마저 초래한다. 김 교수는 “한국의 규제비용이 2013년 기준 150조원 수준”이라며 “비효율적인 분야를 보호하는 국고보조금도 늘어가는 추세”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단편적이고 수요 대응적인 규제로는 진정한 규제개혁을 할 수 없는 만큼 보다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규제로 ‘따뜻한 감정을 실현하려는 일’이다. 김 교수는 “국가가 특정 문제, 특정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善)을 행하려는 것은 어떤 누군가에겐 부담이고 희생의 영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규제를 설계할 때는 냉정하고 낯선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 영화가 경쟁력을 갖게 된 건 스크린쿼터제가 아니라 시장개방과 영화인의 노력으로 영화의 품질이 높아졌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은 사회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지, 어느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안의 실효성이나 적절성을 고려치 않고 포퓰리즘성 입법 발의를 남발하는 것을 막고, 양질의 개혁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예컨대 영국은 규제 관련 법안의 신중 발의를 위해 2010년 신규규제 1건을 위해 기존 규제 3건을 폐지하는 내용의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했다. 미국은 법안 입안 단계시 OIRA(행정부 정보규제)과의 사전 규제 심사를 거치고 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의원입법에 대한 통제 절차 및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며 “의원입법의 규제영향 분석 및 규제심사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주연 아주대학교 교수도 이에 공감하며 “의원발의 법률은 사전 영향평가 의무화가 없어 무분별한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며 “영국, 독일 등 선진국처럼 규제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규제영향분석에 ▷경쟁영향평가 ▷중소기업영향평가 ▷기술영향평가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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