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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보다 1/10 시간·비용 단축…‘제브라피쉬’로 실험동물 대체한다
뉴스종합| 2019-11-19 12:01
배명애 센터장이 실험동물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브라피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실험동물을 둘러싼 연구윤리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독성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배명애 박사팀은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해 비스페놀A(BPA)의 뇌신경 교란 장애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BPA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감소시켜 행동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운동성 평가 및 색 선호도 비교실험 ▷신경전달물질 분석실험을 수행했다.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한 운동성 평가 및 색 선호도 비교실험에서 BPA에 노출된 실험군은 운동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파란색 선호도가 50%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제브라피쉬는 선천적으로 파란색을 선호하는 편이다. 선호도는 70%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결과는 도파민 감소와 연관돼 있다. BPA가 제브라피쉬 치어에 높은 농도로 축적되고, 독성물질로부터 뇌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혈액-뇌 장벽을 쉽게 통과했다. 이에 따라 도파민 합성경로를 감소시키고, 신경 장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제브라피쉬 치어의 행동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신경전달물질 분석실험에서도 BPA에 노출된 실험군의 도파민 양이 정상군과 비교해 80% 수준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실제로 정상모델의 도파민 함량이 0.65ng(나노그램)인 반면, BPA 노출모델의 도파민 함량은 0.56ng에 불과했다.

도파민은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에서 티로신, L-DOPA의 경로를 거쳐 도파민으로 합성되는데, 각 단계의 BPA 노출모델의 함량도 정상모델과 비교해 80%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페닐알라닌 함량의 경우, BPA 노출모델의 양(60.7ng)이 정상모델(75.6ng)의 80%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BPA 독성실험 결과를 단 3일 만에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 설치류 동물을 이용하면 1개월 정도 걸리던 일이다. 기간이 10분의 1로 대폭 감소한 것이다. 제브라피쉬 치어의 실험비용도 설치류 동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제브라피쉬는 세포실험과 달리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 등을 관찰할 수 있고, 동시에 다량의 유해물질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제브라피쉬가 인간 유전자와 90% 이상 비슷한 담수어로, 성체 크기가 3~4㎝ 정도로 작은 데다, 한 번의 교배로 수백 마리의 개체를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명애 박사는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한 실험이 설치류 동물실험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 윤리문제에서도 자유롭다”면서 “제브라피쉬는 투명해서 심장이 뛰는 것부터 혈액이 흐르는 것까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관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BPA 독성실험의 성공으로 제브라피쉬의 활용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험동물 대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환경분야 국제학술지 ‘케모스피어’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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