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출장 급한데…기차가 사라졌어요”
뉴스종합| 2019-11-20 11:35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20일 오전 9시부터 안전인력 충원·인건비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철도노조의 무기한 파업은 지난 2016년 74일간의 파업 이후 약 3년 만으로 파업이 시작되면 고속 전철 KTX는 평상시보다는 69%, 새마을,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는 60%까지 운행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

20일 오전 9시 30분. 스마트폰과 열차표를 들고 서울역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던 시민들이 대합실의 열차정보 전광판의 빨간색 ‘중지’ 문구 앞에서 허탈하게 멈춰섰다. 곳곳에선 한숨섞인 탄성과 당황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무기한 총파업은 2016년 9∼12월 74일간의 장기 파업 이후 3년 만이다.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교통혼잡과 수출입업체 물류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철도를 이용해 대입 수시 논술과 면접고사 등을 앞둔 수험생들의 불편이 클 전망이다. ▶관련기사 9면

이날 오전 서울에서 지방으로 향하려던 시민과 수도권 거주 직장인들, 도심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광명역을 찾은 시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박모(75) 씨는 “오전 9시 40분 경북 김천행 열차를 타러 서울역까지 왔는데 기차가 사라졌다. 경기도 양주에서 서울역까지 왔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다급한듯 스마트폰으로 항공편을 검색하던 직장인 안혜진(24·서울 성동구) 씨는 “파업 때문에 예매했던 기차를 타지 못했다. 출장이라서 늦을수가 없는 상황이다. 비행기 편을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부산에 간다는 김남숙(70·서울 중구) 씨는 “우리는 나이 먹어서 입석은 탈 수 없는데, 표가 없어서 부산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오늘 아침이 돼서야 파업인걸 알고 부랴부랴 역으로 달려왔는데 표가 없는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특히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광명역에 마련된 도심공항터미널 운항은 아예 중단됐다. 광명 철산동에 거주한다는 50대 직장인 A 씨는 “12시 50분 비행기 탑승 수속을 하기 위해 찾아 왔는데, 도심공항터미널 문이 아예 닫혀있어 크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 파업 시작일인 20일에는 경상대학교, 22일에는 연세대 원주, 23일에는 한국외대와 한양대 등 학교에서 논술고사가 실시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파업에 대비해 철도공사 직원과 군 인력 등 동원 가능한 대체 인력을 출퇴근 광역전철과 KTX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열차 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철도노조원들은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유지한 채로 파업을 진행중이다. 필수유지운행률은 광역전철 63.0%, KTX 56.9%, 새마을호 59.5%, 무궁화호 63.0%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태 근본 해결을 위한 노사 교섭은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는 업무 정상화 조건으로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조2교대 근무를 위한 안전인력 충원 ▷인건비 정상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KTX·SRT 고속철도 통합을 요구했다. 주요 쟁점은 안전인력 충원이다. 노측은 4600명 증원 주장을 요구하고 사측은 1800명 증원으로 맞서고 있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이날 오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민 불편을 줄이고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손 사장은 “지난달 경고파업에 이은 예고된 파업임에도 결국 이를 막지 못하고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열린 자세로 노조와 대화하여 이번 사태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우·정세희·김민지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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