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죽기를 각오” 황교안의 단식, 출구전략은 ‘안갯속’
뉴스종합| 2019-11-21 09:05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저녁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기습 단식투쟁’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어떤 출구전략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여당을 향해 단식 해제 조건을 걸었지만, 결국 기댈 곳은 여론밖에 없다는 평이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전날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 등을 주문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이날로 2일차다. 지난 1월15일 입당식을 가진 후 310일만에 삭발에 이어 단식까지 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정부여당 입장에선 황 대표가 내건 조건들이 하나 같이 물리기 쉽지 않은 현안이란 점이다. 지소미아는 정부여당의 현 기조가 이어질 시 오는 22일 자정에 종료된다. 정부여당은 지소미아 종료를 놓고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뜻을 뒤집을 기색이 없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굳건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일본이 수출통제를 할 때 그 이유로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며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며 군사 정보를 공유하자는 점은 모순되지 않겠는가”라고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국당은 지소미아 파기가 한일 관계를 넘어 한미일 관계에 큰 타격을 주고, 이에 따라 안보체계에 큰 구멍이 생긴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르면 오는 27일부터 부의되는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도 쉽게 기대하기 힘든 사안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일명 ‘패스트트랙 연합’은 이미 지난 4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등 반대파의 ‘인간 방어막’을 뚫고 법안을 넘겼다. 특히 민주당은 공수처법, 바른미래 당권파와 정의당 등은 선거법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이상 물릴 수도 없다”며 “검·경찰에 법원까지 얽힌 현안인데 황 대표가 단식을 한다고 이를 조율하기엔 너무 먼 길을 온 점도 사실”이라고 했다.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시작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담요를 덮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 전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결국 황 대표가 바랄 것은 여론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단식 승부수’는 여론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황 대표도 단식 선언문을 통해 “야당이 기댈 곳은 오직 국민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마냥 낙관하기만은 힘든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표본오차 ±4.4%포인트),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5.4%로 집계됐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거두고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4.4%포인트 떨어진 33.2%였다. 22.2%p 차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황 대표의 결단이 기울어진 판을 반대로 돌리기엔 약간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다만 황 대표는 이번 단식투쟁으로 지지층 결집, 리더십 위기 논란 잠재우기 등 효과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또 황 대표의 요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표로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무기력한 제1야당이란 비판은 면할 전망이다. 먼저 희생에 나선 이상 인적쇄신 등 당 현안에서 더욱 큰 폭으로 칼을 휘두를 명분도 확보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사명감과 함께 목숨 걸고 나서는 것”이라며 “필요 이상의 정치공학적인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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