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공계 '병역특례' 문턱 높였다…과학·산업계 "실효성은 의문"
뉴스종합| 2019-11-21 11:00

[헤럴드경제=도현정·구본혁·이정아 기자] 정부가 21일 확정 발표한 대체복무 제도 개선안은 '공정성'과 '공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선안에 따르면 정부는 대체복무 배정 인원을 순차적으로 감축하는 대신 박사학위 취득을 의무화하고 자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분야 중소기업의 몫으로 배정되는 병역대체 전문연은 현행보다 16%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병역자원 부족과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고급 이공계 인력 육성 등을 두루 고려한 정부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번 개편안에서 "대체복무의 운영에서 공정성과 형평성, 국가적 중요 분야에 대한 기여도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말한 이낙연 총리의 발언도 이런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등 현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확보하는 성과는 거뒀지만 이공계 인력 이탈 방지 등 실효성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연 폐지' 최악 상황 막았지만…"여전히 한계"= 정부는 이공계 병역특례제도인 전문연 정원을 2200명 규모로 운영하기로 했다. 1000명 규모인 박사 정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1500명 규모의 석사 정원은 300명 줄인다. 사실상 전문연구원제도 현행 유지쪽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다만 특혜 논란을 의식해 복무 기준과 조건은 강화됐다. 박사과정 전문연의 경우 박사학위를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박사학위 취득 과정은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지만, 줄어든 1년 기간은 반드시 기업·연구소에서 복무해야 한다. 석사과정 전문연의 경우 현행과 달리, 복무 중 대기업 전직도 불가능해진다.

익명을 요청한 과학기술특성화대 교수는 "국방부·과기정통부·교육부·산업부 등 범부처가 TF를 구성해 11개월간 다양한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며 "병역제도를 공정하게 유지하면서도 과학기술이 국력인 시대의 요구를 담기위해 많은 당사자들이 머리를 모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연 30% 확대'를 주장했던 과학기술계에서는 이 같은 개편 내용이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다. 가까스로 전문연 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우수 인재의 유출을 막는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정훈 KAIST 총학생회 부회장은 "현대의 국방력은 과거처럼 병역 자원의 숫자보다 탄탄한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 좌우한다"라며 "수를 줄이는 방향이 아닌, 오히려 더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국가 과학기술 개발에 기여할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기능요원, 고졸 취업 지원 정책으로 활용=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내년부터 배정인원이 20% 감축되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기다리는 보충역 판정자를 산업기능요원으로 유인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산업기능요원 인원 감축으로 인해 군 입대를 하려는 특성화고생을 감안, 군 복무중에도 학습을 이어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국방부와 협업해 특성화고 등 직업계 고등학교 출신에게는 군 복무 중 기술·기능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으로의 취업 매칭도 지원할 예정이다.

초음파 카메라를 개발하는 김영기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대표는 "중소기업에서는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라며 "더 많은 인원이 전략 배치될 수 있도록 전문연 제도의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