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침묵 깬 오바마, '원로 정치인'으로 컴백…좌편향 당色 바꾸기 본격화
뉴스종합| 2019-11-21 12:16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 오바마 재단이 주최한 대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퇴임 이후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이어 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 보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잇따라 '좌편향' 되고 있는 민주당의 방향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다가오는 2020년 대선을 앞둔 당 내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준 후 정치적 발언을 삼가해왔다. 전직 보좌관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후임자를 공격하지 않는 백악관의 비공식적 관행을 따르고자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선두권 그룹 간의 경쟁으로 좁혀지기 시작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대선을 염두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달 16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민주당을 위한 기부자 모임에서 "몇몇 후보들이 더 진보적 정책을 놓고 싸우고 있는데, 이는 대중의 여론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개혁 성향의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달에도 그는 시카고 오바마 재단이 주최한 대담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왕따 문화인 '캔슬 컬처'를 비판하며, 동시에 젊은 당원들에게 '깨어나라 문화(woke culture)'에 맞설 것을 주문했다. 깨어나라 문화는 인종적, 사회적 불평등과 부당함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문화현상을 뜻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꼰대', '가부장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NYT는 "오바마는 깨어나라 문화를 민주당이 몇몇 이슈에 대해 당과 의견을 달리하는 온건파와 무소속, 공화당과 화합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했다.

깨어나라 문화와 좌편향적 대선 주자들에 대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판적 발언은 당의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중도 표심을 잡음으로써 다가오는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NYT와 시에나 대학이 경합지역인 6개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유권자들은 진보적 정책보다 중도적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NYT는 "오바마는 점점 더 정치적 방관자로부터 벗어나 포스트 오바마 시대에 당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기 위한 원로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대선 당시 전통적인 공화당 주에서 승리를 이끌어낸 온건하고 포용적인 정치를 브랜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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