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한국지엠 비정규직 ‘무더기 해고’…생산 절벽→칼바람 악순환
뉴스종합| 2019-11-28 09:44
한국지엠 생산라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한국지엠(GM)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량 해고한 가운데 일감 부족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수입 모델이 느는 데다 신차 외에 판매량에서 기대를 품을 만한 모델이 없어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56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는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노조와 2교대에서 1교대로 근무체계를 논의 중인데 이 과정에서 7개 하청업체에 도급계약 종료를 통지한 것”이라며 “창원공장에서 신형 CUV 생산 등 가동률이 높아지면 공정별 도급계약이 재차 이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시의회가 비정규직 대량해고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에도 ‘무더기 해고’가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 부평공장에서도 비정규직 일부가 권고사직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무급휴직 중이던 정규직 300여명이 복귀했는데 정규직 인원이 복직하면서 비정규직 일부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창원공장의 주력 모델은 경차 ‘스파크다’.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도 생산한다. 업계는 경기 침체에 소형차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창원공장의 가동률이 50%를 밑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판매량은 하락 중이다. 한국지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스파크’의 누적 판매량은 총 2만8420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651대)보다 7.3% 줄어든 규모다.

‘다마스’와 ‘라보’는 같은 기간 각각 9.2%, 11.5% 급감한 2만8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경상용차 전체 누적 판매량만 보더라도 지난해 7만4595대에서 올해 6만328대로 19.1% 줄었다.

수출에서도 경고등이 뜬지 오래다. 스파크를 포함한 경승용차 세그먼트는 10월 한 달간 작년 같은 기간(8173대)보다 38.3% 감소한 5039대를 선적했다. 경승용차의 누적 수출 대수는 0.2% 증가한 8만6792대지만, 11월과 12월 작년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내년 출시하는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로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부평공장과 달리 단기간 마땅한 주력 모델이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CUV 신차의 출시 예상 시기는 2022년이다.

앞서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의 생산능력을 71만대로 끌어올리는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새로 짓는 수준’의 증설이 완료되기 전까지 생산절벽을 버텨야 한다. CUV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도급계약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

수입 모델을 늘리는 한국지엠의 행보가 근로자의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한국지엠은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수입해 판매 중이다. 풀사이즈 SUV ‘타호’의 수입 여부도 검토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창원공장의 증설 투자 이후에도 수입 모델 판매 전략을 고수하는 한국지엠의 특성상 별도의 경쟁력 강화안이 요구된다”며 “지역 정치권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선 데다 제너럴모터스 본사의 글로벌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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