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바로보기-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손정의의 ‘한·일 DNA’
뉴스종합| 2019-11-29 11:19

요즘 IT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가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지난 18일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계획 발표로, ‘손정의’의 업계 영향력이 새삼 부각됐다. 그는 986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만들어 AI(인공지능) 업체 등에 투자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본 1위 검색포탈 야후재팬과 1위 메신저 라인의 통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중국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와 맞설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출현하게 된다. 가와베 겐타로 야후재팬 대표는 “미국, 중국 기업에 이어 세계의 제3극(極)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손정의 회장의 개인 자산은 227억 달러(2018년 포브스 기준)에 이른다. 일본 상장기업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소프트뱅크를 키운 손정의의 일생은 IT산업 발달사와 맥을 같이 한다.

손정의는 1957년 규슈 사가현에서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났다. 아버지 손삼헌이 생선 행상으로 생계를 꾸리는 어려운 가정에서 성장했다. ‘조센진(朝鮮人)’이라는 차별 속에서 자란 그는 “반드시 1등을 해서 성공하고 일본인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학창시절을 회고한다. 어린시절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 화가, 정치가, 사업가. 부모님으로부터 초등학교 선생님과 정치가는 한국 국적으로 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울며 포기한 뒤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19살의 손정의는 인생 50년 계획을 세우고 미국 유학을 떠난다. “20대에 회사를 세우고,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알린다. 30대, 최소 1,000억엔의 자금을 모은다. 40대, 조 단위 규모의 승부를 건다. 50대, 사업을 완성한다. 60대,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준다.” 그는 목표대로 사업을 실행했으나 2년 전 ‘60세 은퇴’ 일정을 뒤집고 현역으로 돌아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에서 유학할 당시 인터넷과 IT산업의 미래에 눈을 떴다. 1981년 PC용 팩키지 소프트의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1996년 일본 최초 인터넷 서비스 기업 아후재팬을 설립했다. 지난 40여년간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불렸다.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경영 이념’을 잃지 않고 IT 관련 사업에서 승부를 걸었다.

손정의의 성공 비결로는 미래산업을 내다보는 혜안과 과감한 투자 결단력이 꼽힌다. 일본 M&A 역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2016년 영국 반도체업체 ARM 인수도 그가 아니면 성사되기 어려웠다. 소프트뱅크의 향후 비전은 ‘300년 지속 성장 기업’이다.

도전적이고 과감한 한국인의 기질과 한 우물을 파면서 철저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일본 기업가적 특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손정의. 그는 한·일의 강점을 살려 ‘소프트뱅크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다.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으로 최악 국면에서 벗어난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도 손정의의 리더십은 참고할 점이 적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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