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농담에 막말·뒷담화 ‘외교 막장’…반상회만도 못한 나토 회의
뉴스종합| 2019-12-05 11:19

“나토가 외교적 연속극으로 변질됐다”(CNN) ▶관련기사 8면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 정상회의가 ‘분열’만을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세계 최대 동맹의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는 설전으로 시작해 이후 뒷담화로 얼룩지며 ‘외교적 알력 다툼의 장’으로 변질돼버렸다.

첫날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에 거친 설전이 있었다. 3일 별도의 양자회담에서 두 정상은 나토를 ‘뇌사 상태’라 진단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농담에 마크롱 대통령이 “우리 좀 진지해집시다(Let‘s be serious)”라며 정색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면 공격을 받은 터키의 제레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간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의 며칠 전, 마크롱 대통령의 ‘뇌사’발언에 “(마크롱) 본인부터 뇌사 상태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막말을 날리며 긴장을 예고했다. 결국 프랑스와 터키는 회의 기간동안 쿠르드 민병대의 테러단체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급기야 영상을 통해 정상 간의 ‘뒷담화’까지 만천 하에 공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3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버킹엄궁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영국 총리 등이 모여 험담을 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당시 대상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트뤼도 총리는 이튿날 해당 대화의 주제가 트럼프 대통령이었음을 인정했다.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위선자’라고 맹비난하며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도 취소한채 예정보다 일찍 런던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군’인 존슨 총리마저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 평가를 회피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자국 여론이 조기 총선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서다.

나토 내 분열과 갈등은 냉전체제 해체 이후 구 소련 견제라는 공동 목표 하에 설립된 동맹이 중국의 부상 등 새로운 질서를 맞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대통령으로서 나토를 이끌어온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면서 단합을 위한 구심점이 상실된 것도 분열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쓸쓸한 퇴장이 그 증거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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