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아프간戰 지속…美정부, 국민 속였다”
뉴스종합| 2019-12-10 11:15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방문한 모습. [AP]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 정부의 거짓과 호도 속에 지속되어 왔다고 정부의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가 3년간 법정 싸움을 펼치며 확보한 정부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탐사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아프간전의 승산이 없다는 증거를 숨겼으며, 거짓된 사실을 바탕으로 여론을 호도했다.

과거 미국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도운 더글라스 루트 장군은 지난 2015년 정부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간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다”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전쟁에 대한 전략과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채 전쟁을 수행했다는 얘기로 이해된다.

또 기밀문서 속 인터뷰에 참가한 제프리 에거스는 “우리가 아프간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생각하면 오사마 빈 라덴은 물속 무덤에서 웃고 있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해군특전단으로 퇴직했으며,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일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정부 인터뷰에서 “우리는 훈련된 군인수, 폭력 수준, 통제되는 영토 범위 등을 사용했지만, 좋은 지표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전쟁 동안 지표는 항상 조작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WP와의 인터뷰에서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과 팬타곤은 2009년 대통령의 성공적인 선언을 위한 관련 자료를 압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아프간전에 도입한 반군전략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았지만, 진전된 상황을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지휘관으로서 제대로된 보고를 할 수 없었던 정황도 파악됐다. 해병대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크 크레티엔은 “아프간은 우리가 잠시 머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WP가 보도한 기밀문서에는 아프간전 관련 장군과 백악관 관계자, 외교관, 구호단체활동가, 아프간 당국자 등 428여명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WP는 기밀문서를 확보하기 위해 미 연방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을 상대로 두 차례 소송을 진행했다.

미국 전쟁사에서 최장으로 기록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범을 잡기 위해 시작됐으며, 18년간 지속되면서 미군 사상자만 2만2800여명에 이르렀다. 또 아프간 안전요원 6만4124명, 아프간 시민 4만3074명, 탈레반 4만2100명, NATO 연합군 1145명, 인권운동가 424명, 기자 67명이 아프간전에서 사망했다.

더불어 2조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비용도 투입됐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 전쟁 비용으로 1조5000억달러를 투입했으며, 5000억달러가 금융 비용으로 나갔다. 또 아프가니스탄 군인 및 경찰 훈련비로 870억달러, 경제 개발에 240억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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