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비츠로시스 계열사들 ‘각자도생’의 길로
뉴스종합| 2019-12-11 11:12

전력용 변압기를 제조하는 비츠로씨앤씨가 외부 자금 유치를 공식화했다. 장순명 명예회장이 토대를 닦은 비츠로시스 계열사들이 2세인 장태수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흩어지는 모양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츠로씨앤씨는 회생기업 M&A 공고를 내고 제3자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해 외부자본을 유치하려 한다고 밝혔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2007년 설립된 비츠로씨앤씨는 전기제어·통신 장비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탄탄하던 기업은 한국전력을 비롯한 발전사업자들이 변압기·변성기 발주량을 줄이면서 매출 감소를 겪었다. 효성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기업들의 제품 수요도 많이 줄어든 데다, 탈원전 정책 등으로 원전용 변압기 수요가 급감한 점도 영향을 미쳐 회생에 들어갔다.

비츠로씨앤씨는 2015년 ‘재무주치의’라는 별명을 가진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를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해 기업가치 반등을 꾀하긴 했었다. SG PE는 비츠로씨앤씨가 발행하는 전환상환우선주(RCPS)에 120억원(지분 46.1%),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30억원을 들여 총 15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최근까지 SG PE는 내부수익률(IRR) 5% 가량을 내며 수익 차원에선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변압기 업황이 개선되지 않아, SG PE 역시 조기회수에 나서며 발을 뺀 것으로 투자은행(IB)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최근 ‘시스 계열사’의 중심이었던 비츠로시스는 관급 수주 길이 막히면서 회생법원의 판단에 따라 스토킹호스방식(수의계약자 선정 뒤 공개경쟁 입찰)로 매각을 진행했다. 지난 5월 이후 ‘한창 컨소시엄’을 수의계약자로 선정한 뒤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최종 인수예정자로 ‘한창 컨소시엄’을 선택해 새주인 맞이를 진행중이다.

비츠로시스와 비츠로씨앤씨가 각자 주인을 찾아가며 와해된 데는 비츠로애드컴과 비츠로미디어 등의 유동성 악화가 지목된다. 장 명예회장의 2세인 장 회장이 비츠로시스 지분을 매각하며 지난해와 올해 초 비츠로씨앤씨 등의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비츠로시스 지분을 30% 넘게 보유했던 장 회장의 지분은 최근 6.8%(비츠로지에이치를 통한 보유)에 불과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비츠로시스와 비츠로씨앤씨 모두 지하철광고를 집행하던 비츠로미디어의 기업 부실을 막고자 자금을 공급하다가, 계열사 전반으로 부실이 확대된 경우”라고 평가했다.

한편 1955년 장 명예회장이 설립한 광명전기제작소를 모태로 출발한 비츠로그룹은 2세인 장 회장의 ‘시스 계열(비츠로시스·비츠로씨앤씨·비츠로미디어·비츠로애드컴 등)’과 장 명예회장의 동생인 장순상 회장의 ‘테크 계열(비츠로테크·비츠로이엠·비츠로셀·비츠로밀텍 등)’로 분리 경영돼 왔다.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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