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10년뒤…김부장은 서울~부산 출퇴근합니다
뉴스종합| 2019-12-12 11:34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중인 한국형 하이퍼루프 ‘하이퍼튜브’.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무선급전기술을 적용한 철도연의 경전철 시험차량.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 2030년 김대한씨는 서울에서 부산 출장을 위해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에 탑승, 40분만에 도착한다. 이후 다시 무선급전 경전철을 타고 부산지사에 도착해 업무를 마치고 한나절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향후 10년 안에 차세대 철도기술이 변모시켜 줄 가져다 줄 우리 삶의 모습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 개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항공기의 속도에 밀려 장거리 대량운송 수단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버린 철도의 경우 친환경과 고속화에 포커스를 맞춘 기술혁신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친환경 철도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초연결과 네트워크 구축에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차세대 첨단열차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초고속 진공터널 열차로 일명 하이퍼루프다. 하이퍼루프는 지난 2013년 미국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앨런 머스크가 공개한 초고속 교통시스템 개념을 뜻한다.

초고속 진공터널 열차는 터널 내부 공기를 절반 이상 뽑아낸 반 진공 상태에서 레일과의 마찰력이 없는 자기부상열차로 공기저항을 완벽하게 제거, 시속 1000㎞ 이상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미국 벤처기업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는 지난해 하이퍼루프 캡슐 시제품을 공개했고, 중국도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으로 기술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국내에서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형 하이퍼루프 ‘하이퍼튜브(HTX)’ 개발하는 중장기 연구가 진행중이다. 하이퍼튜브는 최고속도 시속 1200㎞를 목표로 개발 중인 초고속열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정차 시 20분 안에 주행할 수 있다.

철도연 연구팀은 실제 크기의 52분의 1 정도의 모형열차를 진공터널에서 700㎞로 주행하는 실험에 성공한 뒤 부상기술과 추진기술 기반 확보에 주력해왔다. 이후 하이퍼루프의 핵심장치인 기압 튜브와 장시간 자기장을 유지할 수 있는 초전도 전자석 시작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운전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초전도 전자석은 최고시속 1,200㎞로 달릴 하이퍼튜브 차량의 엔진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자기부상철도의 초고속 주행에 필요한 자기장을 만드는 핵심 장치다.

이관섭 철도연 박사는 “현재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하이퍼루프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개발한 하이퍼루프 기술을 활용해 국내 뿐 아니라 남북 및 유라시아 대륙을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미래 교통 혁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최초 무선급전 철도기술 상용화 도전=무선급전 열차 역시 철도연이 야심차게 개발중인 차세대 친환경 철도 기술 중 하나다. 철도연은 무선급전 철도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KAIST가 개발한 비접촉 유도 급·집전 기술을 적용했다. KAIST는 이미 세계 최초로 차량 주행 및 정차 중 무선으로 대용량의 에너지를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자가공진 형상화기술과 상용 운행에 필요한 이격거리, 전력전달 효율 및 용량을 확보하고 전자파안전성 문제를 해결해 상용화 가능성 입증했다.

무선급전기술은 궤도를 따라 설치된 무선급전 장치에서 기존 상용전력을 60kHz 고주파 전력으로 변환해 철도차량 하부에 물리적 접촉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무선급전 열차는 기계적 마찰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 발생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기존 레일 방식 등의 접촉식과는 달리 비접촉 상태에서 정차 혹은 주행 중에 급·집전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상부의 전력 공급라인이 지하에 배치돼 미관상 우수하며, 터널 구간의 굴착 부피가 감소해 경제성이 향상되는 장점을 갖는다.

철도연은 최근 무선급전기술을 경전철에 적용해 시연에 성공, 전국 지자체에서 계획 중인 도치철도 노선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병송 철도연 추진연구시스템 박사는 “철도의 전차선이 없는 무선급전기술은 터널 단면 축소, 전기안전 확보 등 철도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기술”이라며 “향후 고속철에도 적용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물질 배출없는 수소철도 2020년대 중반 달린다=철도연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발맞춰 친환경 수소철도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철도연은 오는 2022년까지 250억원을 투입, 최고시속 110㎞, 1회 충전으로 600㎞ 주행이 가능한 수소철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철도는 물 이외의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차량으로, 전기차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 실제 기존 디젤철도가 19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비해 수소철도는 절반수준인 9.1kg/㎞에 그친다. 또한 전차선, 변전소 등의 급전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전력인프라 건설 및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진은 충북 오송에 위치한 철도종합시험선로에서 5000㎞ 예비주행과 시운전 시험을 통해 성능검증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나 원장은 “수소철도차량 기술개발을 통해 탄소 및 미세먼지, 에너지비용 저감뿐만 아니라 수소에너지 관련 산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며, “향후 전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구간 또는 남북·대륙철도 일부 구간에서 디젤철도차량을 대체하는 미래 친환경 철도로 그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구본혁 기자/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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