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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아프리카 소프트뱅크’의 亞 장악 선봉장 되나
뉴스종합| 2019-12-16 11:19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에 인수되면서, DH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기업 내스퍼스(Naspers)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내스퍼스는 자회사를 통해 텐센트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로도 불린다. 푸드 딜리버리 산업 내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 단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내스퍼스는 아시아 시장 내 지배적 점유율을 보다 안정적으로 다지기 위해 우아한형제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H의 일반주주를 제외한 주요 주주로는 내스퍼스 계열(22.17%)과 자산운용사인 베일리기포트 계열(10.57%), 룩소르(Luxor) 계열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내스퍼스는 남아공의 인터넷 및 언론출판 미디어 기업으로, 손정의 회장 주도 아래 투자사업을 키운 소프트뱅크와 함께 IT 업계 투자 시장에서 양대 ‘큰 손’으로 인식된다. 인터넷 사업부문 자회사인 프로서스를 통해 세계 최대 게임 업체인 중국 텐센트의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렛고(Letgo), 러시아의 소셜 미디어 기업 메일.루(Mail.ru) 그룹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것은 모회사인 내스퍼스가 축적해 온 신흥시장 내 지배력을 확고히 하는 차원이라고 M&A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내스퍼스는 딜리버리 히어로의 하위브랜드 및 인도 스위기푸드 등을 통해 40여개국에 진출한 상황으로, 동남아와 남미,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주요국 내 배달앱 순위 1~2위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하고 푸드 딜리버리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이끄는 우버이츠 등에 밀려 아직 낮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현재 유럽 최대 시장인 영국 내 지배적 영향력을 확보한 저스트잇(Just Eat) 인수전을 펼치며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 미국, 영국에 이어 푸드 딜리버리 시장 규모 4위의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이번 우하한형제들 인수는 본격적인 영미권 지분 확대에 앞서 배달의민족을 통해 신흥시장 내 영향력을 확고히 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M&A의 또 다른 시사점은 한국 시장 개척으로 경영능력이 입증된 창업자 김봉진 대표가 글로벌 푸드 딜리버리 산업 전쟁의 한 축을 책임지는 자리로 기용됐다는 점이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그룹의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50대 50 지분으로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김 대표를 회장(Chairman)으로 선임키로 했다. 통상 글로벌 기업들이 M&A를 진행하면 기존 대표나 창업자에게 일정 기간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맡긴 뒤 대표를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DH가 김봉진 대표 영입을 위해 수개월 전부터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제안해 온 것으로 안다”며 “배달의민족이 이젠 게르만민족이 됐다는 부정적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배달의민족이 가진 DNA가 글로벌 플레이어의 아시아 시장을 관리하는 데 기용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중 거래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이다. DH는 이미 DH코리아를 통해 요기요, 배달통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앱 시장 1~3위를 모두 지배하게 될 DH에 대한 공정위 심사는 불가피하다. 현재 DH의 국내 법률 자문은 태평양이 맡고 있으며, 김봉진 대표 등 개인주주와 재무적투자자(FI) 자문은 각각 김앤장과 율촌이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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