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세계의 기업가 22]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일군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
뉴스종합| 2019-12-20 10:01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사진=수잔 워치스키 트위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플랫폼이 돼라(Be a platform)”.

2011년 7월 구글의 광고담당 수석부사장이던 수잔 워치스키가 ‘혁신의 8가지 원칙’ 중 하나로 내세웠던 지침은 8년이 지난 지금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현실이 됐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구글은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자회사인 유튜브(YouTube)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에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긴 수잔 워치스키(Susan Wojcicki·51)는 동영상이 넘쳐나고 플랫폼도 무수해진 시대에 유튜브를 독보적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그가 걸어온 새로운 길은 많은 사람들이 뒤따르는 이정표가 됐고, 그의 이름은 신뢰의 상징이 됐다.

▶문과 출신 ‘구글의 어머니’=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문과생 워치스키는 우연한 계기로 구글과 인연을 맺었다.

1998년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신혼집을 마련한 그는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덜기 위해 차고를 임대하기로 했고, 인근 스탠퍼드대의 대학원생 2명이 월세 1700달러에 세입자로 들어왔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란 이름의 이들은 그곳에서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을 탄생시켰다.

당시 대기업 인텔에 근무하던 워치스키는 구글을 자주 이용하며 편리성에 매료됐다. 이에 인텔이 제시한 고액 연봉을 뿌리치고 1999년 신생 벤처기업인 구글의 16번째 직원이자 첫 번째 여직원으로 입사했다.

아직 매출도 경비도 없는 구글에서 워치스키는 마케팅 팀장을 맡아 백방으로 구글 검색엔진을 알렸다. 명절이나 기념일에 맞춰 구글 로고 디자인을 바꾸는 ‘구글 두들’, 상업 사이트와 광고를 연계한 ‘애드센스’, 사용자가 질문을 올리면 전문가가 답을 해주는 ‘구글 앤서즈’ 등도 그의 작품이다.

이처럼 구글의 태동과 성장을 함께한 워치스키는 ‘구글의 어머니’로 불리고 있다.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는 올해 5월 구글 입사 20주년을 맞았다. [사진=수잔 워치스키 트위터]

▶유튜브 인수, 100배의 성장=워치스키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구글 비디오’도 운영했다. 이용자가 동영상을 직접 올리는 방식을 도입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경쟁 플랫폼인 유튜브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페이지와 브린에게 유튜브를 인수하자는 과감한 제안을 한다.

당시 유튜브는 비영리 웹사이트로 적자를 내는 작은 업체였다. 이를 1조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하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워치스키는 유튜브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해 창업자들을 설득했다. 결국 구글은 2006년 16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유튜브를 인수했다.

인수 초기엔 주변에서 의구심도 제기됐지만 유튜브는 스마트폰의 확산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했다.

워치스키는 2014년 유튜브 CEO로 취임한 후 모바일 동영상 광고, 유료 채널 등을 도입하며 수익성도 강화했다. 2015년엔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올해 2월 월간 사용자 19억명을 돌파했으며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2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상 조회수는 하루 평균 1억회, 사용 시간은 일간 10억시간에 달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유튜브의 기업가치를 1600억달러(약 185조6000억원)로 평가했다. 인수가 대비 10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워치스키는 “일반인도 전문 스튜디오 없이 자신만의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중심에 유튜브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매우 중요했다”며 “만일 전 세계 사람들이 유튜브에 자신의 동영상을 업로드한다면, 이 플랫폼은 세계 최대의 빅데이터 회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인수 당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예측은 적중했고 이제 유튜브는 전 세계 남녀노소가 즐기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 역시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채널 캡처]

▶유해 콘텐츠 비판에 ‘아동용 사이트’ 결단=유튜브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튜브에 유해 콘텐츠가 범람하고, 아동 및 청소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월 유튜브 전·현직 직원들을 인용, 워치스키 CEO를 비롯한 유튜브 경영진이 회사 내외의 경고를 무시한 채 유해 콘텐츠가 확산되도록 방치했다고 보도했다.

허위 사실과 음모론, 극단적·선정적 동영상이 유튜브 플랫폼에 만연하고 어린이에게까지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회수, 시청 시간,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모른 체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튜브의 강력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유해 콘텐츠가 더욱 확산되도록 기여한 경우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대해 유튜브 측은 2017년부터 ‘책임’이라는 측정 도구에 기반해 동영상 클립을 추천하는 등 유해 콘텐츠 문제 해결법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어린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아동용 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했다. 어린이 특화 앱 ‘유튜브 키즈’의 웹 버전을 따로 운영키로 한 것이다. 아동 대상 콘텐츠가 유튜브의 주요 광고 수익원임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파격적인 조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워치스키 CEO로서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결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면서도 워치스키는 유튜브의 개방성과 자유는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의 본질은 개방형 플랫폼”이라며 “다소 공격적이거나 논란이 많은 콘텐츠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범위의 관점은 궁극적으로 사회를 더 강하고 풍부하게 한다”며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뿐 아니라 책임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리천장 깨는 ‘슈퍼맘’=워치스키에게는 ‘슈퍼(super)’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남성 위주의 실리콘밸리에서 드물게 요직을 차지한 ‘슈퍼우먼’이자, 무려 다섯 아이를 키우며 일도 가정도 소홀히하지 않는 ‘슈퍼맘’으로 불린다.

미국 월간지 베니티 페어는 올해의 ‘선구자(New Establishment)’ 명단에서 워치스키를 1위로 선정했다.

워치스키는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The World's Most Powerful Women)’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보기술(IT) 업계로만 보면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에 이어 두 번째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 역시 워치스키를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2위로 꼽았다.

자수성가한 여성의 대표주자로 이미 남부럽지 않은 자리에 올랐지만 워치스키는 여전히 ‘유리천장’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베니티 페어 기고문에서 “실리콘밸리의 ‘보이 클럽’을 깨뜨리기 위해 기업에서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해야 한다”며 “기업의 CEO들이 성별 다양성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 합류 당시 임신 4개월이었으며 구글에서 육아휴직을 떠난 첫 번째 직원이었던 워치스키는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한다.

워치스키는 WSJ 기고를 통해 “유급 육아휴직은 기업에 긍정적”이라며 2007년 구글이 유급 육아휴직을 12주에서 18주로 확대한 후 출산으로 퇴사하는 여성 직원이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튜브의 여성 직원 비율은 그가 CEO를 맡은 2014년 24%에서 현재 30% 로 높아졌다.

“기술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놀라운 힘이다. 그 힘이 여성의 20~30%에만 국한된다면 그것은 문제”라고 말하는 워치스키는 실리콘밸리를 넘어 많은 기업과 사회에 울림을 주고 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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