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 이란 지원 시아파 민병대 첫 공격…임계점 치닫는 ‘중동 화약고’
뉴스종합| 2019-12-30 10:10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중동 지역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 이에 저항하는 이란의 대결이 격화되면서 미군이 이란 지원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 시아파 민병대를 공습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러시아, 중국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해군 합동 훈련을 펼치는 중에 발생한 것으로 미국이 이들 ‘반미 3개국’의 합동 군사훈련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을 다시금 확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가 29일(현지시간) 공습한 것으로 밝힌 이라크 내 카타이브-헤즈볼라 군사시설 위치와 모습. 좌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카타이브-헤즈볼라 군사시설 위치, 공습전 모습, 그리고 공습 장면.[로이터]

CNN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29일(현지시간) F-15 전투기를 투입해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이라크(3곳)와 시리아(2곳) 내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함께 시아파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 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9명의 시아파 민병대가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잇따른 미군 공격에 대응한 것으로 “정밀 방어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군의 추가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이란과 대리인인 카타이브-헤즈볼라는 미국과 동맹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27일 이라크 키르쿠크 인근 지역에서 발사된 30발의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인 1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카타이브-헤즈볼라를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이라크와 시리아 내 친 이란 세력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으나, 이란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번 미군의 공습이 이란이 러시아, 중국과 함께 해상 훈련을 진행 중인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동 지역의 패권 다툼 성격도 엿보이고 있다.

이란 해군이 28일(현지시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배포한 이란과 중국이 공동 해상 훈련을 펼치는 모습.[EPA]

이란과 러시아, 중국 등 반미 3개국은 지난 27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와 인도양 북부에서 나흘간 합동 해상훈련에 돌입했다. 이들 3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중동 패권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으로 이해된다.

이란의 해군 사령관인 호세인 한자니 소장은 “중동에서 미국이 마음대로 활보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미국을 염두한 훈련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3국의 합동 훈련을 미국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미국과 중동 지역 시아파 벨트 맹주인 이란의 갈등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탈퇴 이후 확대되면서 군사적 충돌 임계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방식의 경제 제재를 통해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이란은 핵합의 이행 수준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최대한의 저항’으로 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미군의 경제 제재에 맞서 이란군은 미국 무인 정찰기를 격추하기도 했으며, 지난 9월에는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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