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020년 예비엄마들 “민식이법 이야기에 가슴 철렁…아이가 안전한 세상 되길”
뉴스종합| 2019-12-31 09:48
내년에 아이를 낳는 예비 엄마들은 “아이가 안전한 세상과 만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한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박병국·이슬기 기자]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시작된다. 새해를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가 아기의 탄생일 것이다. 아기는 가족은 물론 국가의 축복이기도 하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실제 최근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 ▷2016년 1.17명 ▷2017년 1.08명으로 계속 줄다 지난해 0.98명까지 곤두박질쳤다. 가임기(15~49세)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가 채 한 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첫 아이를 출산하는 예비 엄마들의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이들은 “최근 이슈가 된 ‘민식이법’과 관련, 충격을 받았다”며 “새해에는 곧 태어날 아이가 다치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곧 태어날 아이, 안전한 사회와 만나길…”=예비 엄마들은 우선 아이의 안전부터 소망했다. 오는 3월 엄마가 되는 ‘예비 워킹맘’ 서영은(33) 씨는 “최근 민식이법, 초등학생 살해 관련 뉴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이의 삶이 피폐해지지 않고 학교폭력, 성폭력, 교통사고 등으로부터 안전하기를 바란다. 정부와 사회 차원의 강력한 법 집행과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는 4월 출산 예정인 박모(37) 씨는 “올해는 가정과 사회에서 가장 약하 영유아가 살기 좋은 해가 됐으면 한다”며 “더 이상 교통사고로 죽는 아이(민식이법)도, 아이에게 먹일 것 아껴 돈 벌겠다는 어린이집 원장(유치원 3법)도 없었으면 한다. 아이가 편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오는 7월 첫 아이를 보게 되는 김모(37) 씨도 “최근 뉴스를 보면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를 덮는 것 같다”며 “나쁜 소식이 적어야 좋은 뉴스도 많이 접할 수 있다. 나쁜 뉴스들이 적어지는 세상과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는 6월 아이와 만나는 김모(29) 씨는 아이가 최근의 분열된 우리나라와 마주치기 않기를 바랐다. 김 씨는 “‘한국에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최근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증오, 이기주의 등 극단적 감정이 팽배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의 다름이나 상대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는 세상을 아이는 맞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들 예비 엄마는 모두 태어날 아이에게 가장 먼저 바라는 것은 “건강”이라고 말했다.

▶“임신 때 눈치 주는 상사에 섭섭”=예비 엄마들은 최근 낮은 출산율과 관련,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기를 낳기 좋도록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씨는 “임신한 지 얼마 안 된 초기 임산부는 티가 덜 나지만, 정말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며 “입덧을 해서 힘들 때 자리에 앉으면 큰 도움이 되므로, 임산부석에 대해 좀 더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임신 이후 회사에 눈치가 보여 병원에 가야 할 때나 휴가를 내야 할 때 어렵다”면서 “법적 제도 못지않게 세간 인식까지 빠르게 변화했으면 한다. 눈치 주는 상사들도 누군가의 아빠거나 누군가의 엄마 아니겠나”며 꼬집었다. 예비 엄마들은 모두 “최근 ‘노키드존’ 등의 확대로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줄고 있다”며 “곧 태어날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한다. 아이에 대한 배려도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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