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공수처법 통과] 검찰-공수처, ‘이첩권’ 충돌 불가피…부패수사는 경제범죄 중심
뉴스종합| 2019-12-31 10:00

국회가 지난 30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향후 검찰과 공수처 간 사건 ‘이첩권’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정치적 사건 상당수를 공수처로 넘기게 된 검찰은 경제범죄로 부패수사 중심을 옮길 전망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이 중 검사, 판사, 경찰는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다. 법안에는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하면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단 형식상으로는 검찰이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사건은 상당부분 손을 떼게 됐다. 다만 일부 부패범죄 수사 도중 공수처의 이첩 요구가 정당한지 경계가 애매한 사건이 나오는 경우 양 기관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고위공지직자 범죄 의혹 사건이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알려졌다면, 공수처가 사건을 전담하는 게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하지만 검찰이 자체적으로 첩보를 수집하고, 직접 수사를 벌이다가 공수처 수사 대상자 조사를 벌일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첩 시기가 모호해진다. 검찰이 기업 수사 도중 정치인이 연루된 정황을 발견할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검찰은 고위공직자 사건을 인지한 시점에서 공수처에 통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피의자로 입건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구가 정당한지를 놓고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공소 유지 문제도 관건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는 생물이라고 한다, 처음에 시작과 끝이 다를 수 있다”며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고 기소를 해야 공소유지가 되는데, 당사자를 나눠서 한쪽은 검찰이, 다른 쪽은 공수처가 기소한다면 재판 과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당사자 별로 검찰과 공수처 간 사안의 성격을 다르게 해석할 소지도 생긴다. 경찰 수사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기 때문에, 기소 혐의가 일원화된다. 예를 들어 뇌물 사건의 경우 공여자와 수뢰자의 혐의 구성 내용이 들어맞는다. 하지만 공수처와 검찰은 서로 지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쪼개기 기소를 할 경우 두 기관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반면 검찰로서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이전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패수사 범위에서 고위공직자와 정치인을 제외하면 결국에는 검찰이 직접수사에 나서는 중요 사건은 경제사건이 남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서도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지만, 경제범죄는 검찰이 예외적으로 직접 수사 권한을 유지한다. 검찰의 경제범죄 수사 대상은 대기업 경영비리에서 공정거래 사건으로 상당부분 무게중심이 넘어가는 추세다.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도 취임 이후 공정거래 분야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패범죄와 관련된 요직에도 공정거래 사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한동훈(46·사법연수원 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구상엽(45·30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도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지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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