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檢힘빼는 수사권조정안 통과 임박…警힘빼는 자치경찰제는 ‘거북이 걸음’
뉴스종합| 2020-01-07 10:10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검찰의 힘을 빼는 데 초점을 맞춘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다. 하지만 경찰의 힘을 빼는 것으로 알려진 자치경찰제의 도입은 거북이 걸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치경찰을 제주외 지역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근거 법률에 대한 국회 논의도 시작되지 못했다. 자치경찰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경찰 내부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7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자치경찰제 국회 논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된 뒤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정부 여당은 2019년 안에 자치경찰제 도입을 골자로 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서울, 제주, 세종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지난해 3월 발의된 뒤 진전이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 접수는 됐지만, 이날 현재까지 관련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 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다. 수사권의 일부를 자치경찰에 이관한다는 점에서 국가경찰의 힘을 사실상 빼는 역할을 한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승격되면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했으며, 올해로 운영 13년째를 맞았다.

경찰의 권한 중 일부가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도입에 대한 내부 불만은 크다. ‘수사권’ 등 권한 외에도 각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경찰 공무원의 처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가경찰 4만3000명을 지방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체 경찰의 36% 수준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서울 등 재정자립도가 좋은 시도의 경우 자치경찰이 많이 쏠릴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의 경우는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고위 관계자는 “112 신고 출동 수당을 지금보다 더 올려준다거나, 총액 범위에서 제공되는 시간외 수당을 시간별로 다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급여 자체에 대한 인센티브보다 복지 개선 등을 해당 지자체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불만은 국가경찰 뿐만 아니라, 이미 해당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제주 에서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경찰청이 진행한 ‘제주자치경찰 확대운영 관련 2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도입시 치안서비스 향상 기여’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44%,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8%로 집계됐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들은 지난해 3월 있었던 1차조사 때 35%였다가, 2차 때는 44%로 크게 늘었다. 반면 ‘협조가 잘 된다’는 응답은 27%에서 31%로, 4% 증가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제주자치경찰 확대 시범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현안 분석 자료를 통해 “이원화 시범운영으로 국가경찰 단일체계에 비해 제주 치안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고 보기 어렵다. 제주를 대상으로 충분한 기간동안 자치경찰제도의 시범운영을 해야 한다”며 자치경찰제의 전국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이 고위 관계자는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입법조사처에 대한 의견 등을 반영해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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