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곤 전 회장, 범인인도조약 맺은 韓상공 피해 日탈주
뉴스종합| 2020-01-07 10:59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일본에서 가택연금 중이던 카를로스 곤(66·사진) 전 르노닛산 회장의 레바논 피신엔 미국 특전사 출신 민간 경비회사 설립자의 도움이 있었던 걸로 파악되고 있다. 레바논까지 비행은 일본과 범인인도조약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 상공(上空)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경로를 선택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주 과정을 도운 인물로 마이클 테일러를 특정하는 등 미스터리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정황들을 보도했다.

우선 곤 전 회장의 탈주 조력자로 지목된 마이클 테일러는 미국 출생으로 ‘그린 베레’로 유명한 미국 특수부대 출신이다.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다. 1994년 사설 경비업체를 세워 원유시추 작업 관련 프로젝트, 납치 어린이 구조 등을 해왔다. 2007년엔 미 국방부와 5400만 달러 짜리 계약을 맺어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12년 아프간 관련 계약의 부적절성을 조사하는 FBI를 방해한 혐의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내리막길을 걸었다. 테일러의 ‘곤 프로젝트’엔 역시 미국인인 조지 안토이네 제이엑이라는 파트너도 함께 했다고 한다.

테일러는 지난해 12월 29일 봄바르디에 제트기를 타고 일본 오사카 인근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엔 음향기기를 담는 검은 색 큰 박스가 2개 실려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곤 전 회장은 같은 날 자신의 도쿄 자택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한 채 걸어 나와 오후 4시30분께 오사카로 가는 신칸센을 탔다. 간사이 공항에서 테일러와 접선한 곤 전 회장은 오후 11시 10분께 터키의 이스탄불을 향해 이륙했다. 보안 검색에서 발각되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한 음향기기 박스에 몸을 숨겨 화물로 위장했다.

[AP]

비행 항로 결정은 치밀했다. 통상 중국-몽골-카자흐스탄이 최단거리이지만, 한국 상공을 피해 러시아를 지나는 쪽을 택했다. 한국이 일본과 범인인도조약을 체결해 자칫 일본으로 송환되는 최악을 막으려는 포석이었다.

곤 전 회장은 12월 30일 오전 5시 30분(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아타투르크 공항에 내렸다. 신분 노출을 우려해 박스에서 나오지 않은 채 다른 제트기로 갈아타 레바논 베이루트로 향했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선 자신의 얼굴이 담긴 우표가 있을 정도로 ‘영웅’ 대접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그는 그 곳에서 새해맞이 저녁식사를 샴페인과 와인을 곁들여 가족들과 오붓하게 즐겼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곤 전 회장의 의중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그는 일본의 사법체계를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한 곤 전 회장은 첫 번째 공격은 8일 베이루트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이 될 전망이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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