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이란 긴장국면에 ‘러시아’는 웃었다
뉴스종합| 2020-01-11 08:0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일단은 전면전 위기를 벗어난 가운데, 장기화되고 있는 양 국의 대치 상황이 러시아에게 ‘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예상을 벗어난 미국의 잇따른 중동정책이 세계 패권 강국으로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러시아가 중동 지역 내 세력을 강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과 이란 간 결전의 승자는 러시아’란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9일(현지시간) 시리아 내전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 결정, 그리고 최근 미·이란 간 벌어진 무력 긴장으로 인해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협력이 더욱 공고해 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러시아는 미국의 시리아 철군이 결정된 이후 쿠르드군 점령지를 노리고 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지휘 하의 정부군을 지원, 마찬가지로 ‘테러 척결’을 주장하며 시리아 북부를 습격한 터키를 대응하기 위한 합동작전을 펼쳤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중동 지역 내 미국의 군사력 및 리더십 공백을 러시아가 대신 차지했다고 평하며, 미 철군 결정을 “러시아에게 선물을 준 격”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미 이란 대치 상황 역시 같은 이유로 러시아에게 중동 내 세력을 넓힐 기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망케한 미국의 공습 작전과 이후 취해진 모든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시리아 외에 더 넓은 지역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미군기지 폭격이 발생하기 직전, 시리아를 방문해 미국의 공습작전을 맹비난했다. 시리아와의 우호관계를 과시함과 동시에 미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최근 미이란 사태를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이어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의 공습 작전 이후 미군 철군을 결의한 이라크 의회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러시아의 중동 패권이 더욱 강력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라크가 미군을 철수케 할 경우 대이란 제재 못지 않은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라크가 주권침해에 대한 반발로 끝내 미군을 철수시킨다면 러시아는 다시 찾아온 ‘미 군사력 공백’이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라크에 군대가 없다면, 미국은 시리아에서도 미군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그 공백은 러시아의 기동성을 더욱 높여서 궁극적으로는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공고히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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