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대학 기숙사 入舍 경쟁률 2대 1 육박
공공·연합 기숙사 건립은 주민 반발로 지지부진
20대, 높은 자취 비용 탓 고시원·알바 등 내몰려
대학가 인근에 붙은 자취방 매물 전단지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최근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수시모집전형에 합격한 최모(19) 씨는 기쁨도 잠시, 걱정이 앞섰다. 최 씨가 현재 사는 곳은 충남의 한 군 단위 지역. 서둘러 해당 학교 기숙사에 입사(入舍) 신청을 했지만, 결국 지난 9일 탈락을 통보받았다. 최 씨는 “다시 ‘주거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며 “서울에 올라가 자취나 하숙을 구해봐야 할텐데 비용 마련이 걱정”이라고 했다.
수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12년간의 ‘대입 전쟁’을 치러온 청춘들이 숨을 채 돌리기도 전에 다시 ‘주거 전쟁’에 내몰리고 있다. 최 씨처럼 다른 지역에서 온 입학생은 대학 인근에 거주할 곳을 구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기숙사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모자란 탓이다.
13일 헤럴드경제가 대학알리미 시스템에서 서울 시내 15개 주요 대학의 지난해 기숙사 입사 경쟁률을 추출·분석한 결과 평균 경쟁률은 1.74대 1에 달했다. 특히 중앙대(1.8대 1), 한국외대(1.9대 1), 이화여대(1.9대 1), 세종대(1.9대 1)의 입사 경쟁률은 평균치를 훌쩍 넘어 2대 1에 가까웠다.
대부분 대학이 매년 12~1월에는 수시 입학생, 2월에는 정시모집전형 입학생의 기숙사 입사 신청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 우리 나이로 스무살인 대학 입학생에게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다시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번에 정시로 한양대에 합격한 전모(경기 포천 거주) 씨는 “(입사 경쟁에서)떨어지면 바로 자취방을 구할 수도 없고, 차로 한 시간 반~두 시간 거리를 통학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했다.
매년 1~2월 반복되는 기숙사 쟁탈전의 근본 원인은 낮은 수용률에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대학 기숙사 현황과 기숙사 건립 확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94개 사립대 재학생은 122만8240명인 데 반해 기숙사 수용 인원은 20.8%인 25만5806명에 불과했다. 수도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 117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17.5%였다.
정부가 공공기금을 활용한 연합 기숙사 건립을 수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임대 수입 감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서 추진 중인 ‘행복기숙사’는 이미 관할 구청의 허가까지 받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중단됐다. 2016년부터 추진 중인 한국장학재단의 연합 기숙사 건립 사업(서울 성동구 행당동)도 역시 제자리걸음 중이다.
문제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각자도생에 나선 청년들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대표적 대학가인 신촌 인근 원룸 시세는 평균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40만~55만원 수준이다. 생활비까지 합하면 매달 100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학자금은 물론 별개다. 많은 20대 청년들이 고시원에 살면서 학업 대신 아르바이트 등 생활 전선에 내몰리는 이유다.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숙사 건립에 관계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대학 인근의 원룸이나 주택을 임대해 기숙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도 대학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기 위한 기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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