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피플 데이터] 차이잉원 대만 총통 재선 성공, 상처 입은 ‘중국몽’
뉴스종합| 2020-01-13 10:22
대만 15대 총통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1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에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EPA]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15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63)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홍콩에 이어 대만에서도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반대하는 의사가 명확해진 것이다. 이로써 대만을 통일해 ‘하나의 중국’을 만드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 구상도 상처를 입게 됐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이끄는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11일 진행된 15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817만231표(57.13%)를 얻으면서 재선했다. 경쟁 상대였던 친중 성향의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후보는 552만2119표(38.61%)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 차이 총통의 재선에는 젊은 연령층의 투표 참여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6년 총통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선 젊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속에 투표율이 74.9%로 치솟았다.

올해 총통 선거에서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는 118만명으로 20∼35세 유권자는 약 500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에 달했다. 이들 청년층의 경우 역대 총통 선거에서 투표율은 50∼60%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홍콩 반중 시위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투표 참여가 크게 늘어났다.

젊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 확대는 6개월 이상 지속된 홍콩의 반중 시위를 지켜보면서 대만도 주권을 지키지 못할 경우 홍콩처럼 자유와 민주가 억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해외 머물던 다수의 유학생들이 대만으로 돌아가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다.

독립 성향이 강한 차이 총통은 오랫동안 중국엔 눈엣가시였다. 지난 2000년 천수이볜 총통이 당선되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핵심 브레인으로 부상한 차이 총통은 2008년 민진당 주석직을 맡은 뒤 각종 선거에서 7차례나 국민당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도 차이 총통은 중국의 군사·외교·경제적 압박을 뚫고 승리했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역량과 함께 대만인들의 주권 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시 주석으로서는 홍콩에 이러 대만에서도 일국양제에 대한 반대 의사가 확인됨에 따라 대만을 통일해 하나의 중국을 만드려는 중국몽 구상에 일정한 상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차이 총통은 대만과 중국이 지난 1992년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이른바 ‘1992 컨센서스’(92공식·九二共識)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은 대만을 둘러싼 군사 훈련뿐 아니라 대만을 고립시키는 외교전이 펼쳤으며, 그 결과 차이 총통 취임 이후 7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현재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는 15개국에 불과하다.

차이 총통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압력에는 계속해서 단호하게 대처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민주와 자유의 생활 방식을 소중히 여긴다”며 “우리의 주권과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우리 인민은 더욱 큰 목소리로 우리의 의지를 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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