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오동도 동백, 거제 매화 ‘봄마중’…신경이 곤두섰구나
라이프| 2020-01-14 11:13
남해안시대 기점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

이제 보름만 있으면 여수 오동도 동백의 붉은 미소에 거제 구조라 초등학교 교정을 지키는 춘당매(梅)가 순백의 웃음으로 화답한다. 동백과 춘당매의 눈빛 교환 속에 한려해상 국립공원 다도해엔 성급한 봄 기운이 넘실댈 것이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에서 세계인이 만나고, 눈물의 목포가 대차게 웃는 ‘2020 남해안 시대’가 왔다.

부산-경남-전남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하반기 ‘남해안 시대’ 청사진을 완성했다. 2020년부터 본격화해 2030년까지 20조원을 들여 남해안 해양관광벨트-통합생활권을 함께 만드는 것이 골자다. 그들은 호남-영남 상생협력의 숭고한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어려운 걸 해낸 항도와 남도는 주지하다시피, 다가올 총선의 캐스팅보트까지 쥐었다. 나랏일 하려해도 남해안에 물어봐야 한다.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단지.

항도=황금비율의 해안-산-강-들판을 모두 가진 부산이 남해안 글로벌화의 시범을 보인다. 산은 아미동비석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등 원도심의 감성과 부산의 어머니 젓줄같은 금정산의 위용을, 들(野)은 축구장 63개 규모의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단지 등 낙동강변 4개구에 걸쳐있는 거대 꽃밭과 멀리 안동까지 이어지는 12.4㎞ 낙동강 둑방 자전거길의 벚꽃나무 터널을 자랑한다.

부산의 해안은 홍콩의 5배나 되는 야경 명소, 광안리 곰장어 거리, 해운대 먹자 골목, 청사포 카페에 퍼지는 지구촌 썸남썸녀의 재잘거림, 4대 시장, 오륙도 절경,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다대포와 을숙도, 서부산 조각섬들이 한눈에 보이는 아미산 전망대, 정훈희-김태화의 선율이 흐르는 기장 임랑 서피비치 등 숱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부산은 세계적인 관광종합선물 꾸러미이다.

경남 하동북촌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

욕지도, 풍미 넘치는 고등어회

부산시는 이달말 발표되는 광역도시 1곳, 기초지자체 4곳, 지방거점 국제관광도시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판오분전(식량배급 5분전)’ 피란민의 생존 의지가 불탔던 항도는 세계 정상권 관광-문화-경제 도시로의 비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통영은 지난해 11월 착수한 남망산 디지털파크를 올해 준공하고 세계적인 것임에도 방치됐다는 느낌을 받던 해저터널을 리모델링 한다. 펠리칸바위와 태평양언덕에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미의 고등어회, 고구마라떼로 유명한 욕지도는 다기능 관광어항으로 변모한다.

독일마을, 미조해변, 다락논 등 볼거리가 즐비한 경남 남해는 설리 대명리조트 착공과 노도 문학의 섬 완공, 남해 다이어트 보물섬과 힐링빌리지 조성 사업에 더욱 힘을 낸다. 남해~여수 간 해저터널 건설플랜은 화합의 상징이라 국민적 기대감도 크다.

‘경라도’와 ‘전상도’ 사람들이 어울리는 화계장터가 있고, 박경리 ‘토지’의 4대 성지로 꼽히는 하동은 섬진강 슬로시티 구상을 구체화하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하동녹차와 국가중요어업유산에 오른 하동재첩을 글로벌 웰빙상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한강·이청준 ‘문학의 탯줄’ 장흥

나로호 우주선 발사대 인근에 있는 전남 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남도=김일-유제두-박지성-나로호 우주선의 고향, 고흥에선 힘 자랑 말라. 순천에서는 중국 항저우, 동유럽 벨로루시 처럼 인물 자랑 말라고 했다. 목포-신안-완도에선 맛 자랑 말라. 여수에선 돈 자랑 말라 한다. 한 강의 맨부커상 에너지 근원이자, 이청준의 고향, 문학소녀의 놀이터 소등섬이 예쁜 장흥에선 글 자랑도 말아야 한다. 남도가 각 고을의 특색있는 매력을 기반으로 문화, 관광, 예술 등 예향의 면모로 거듭나고 있다.

요즘 목포의 건배사는 선창자가 ‘목포의’라고 외치면, 좌중에서 ‘눈물’이라고 답하지 않고, ‘사랑’ 또는 ‘희망’으로 합창한다. K팝 세계화의 선구자 이난영이 ‘눈물’을 불렀지만, 그녀는 이미 그때에도 사랑과 희망을 불렀다. 해외공연을 앞두고 ‘저고리시스터즈’를 결성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자신의 딸과 조카로 남편 김해성의 성을 딴 ‘킴시스터즈’를 결성해 미국 브로드웨이에 파란을 일으켰다.

목포 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눈 내린 삼학도.

유달산, 고하도 용오름길, 이난영 공원이 있는 삼학도, 달리도, 갓바위의 입암산 둘레길, 구도심의 옥단이 벽화마을, ‘저 푸른 초원위에’ 남진시장도 건재하거니와, 근년 들어 도시재생 뉴딜이 진행된 ‘1897개항문화거리’, ‘바다를 품은 행복마을’, ‘한국의 테이트모던’을 꿈꾸는 조선내화 공장촌 문화예술공간 등이 ‘목포 플러스’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목포는 해상케이블카를 중심으로 고하도 만남의 생태공원, 해안데크,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대반동 스카이워크 포토존을 확충한다. 평화광장~해양대에 ‘해변맛길 30리’가 조성되고, 삼학도에는 남도문예전시컨벤션 건립이 추진된다.

썸남썸녀 낭만·버스킹 넘치는 여수

여수밤바다.

국제관광도시를 꿈꾸는 여수는 여수해양공원, 이순신광장, 소호동동다리, 하멜등대, 종포밤빛누리 등을 중심으로 썸남썸녀의 낭만과 버스킹으로 넘친다. 여수시는 파계승의 사랑 얘기가 전해지는 돌산도 진모지역에 영화세트장을 유치하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호텔·콘도, 쇼핑몰 등을 갖춘 1조4000억원 규모의 경도해양관광단지 조성에 착수하며 세계섬박람회도 추진한다.

광양은 어린이 테마파크, 섬진강 뱃길복원, 이순신대교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벌이고, 백운산 치유의 숲을 상반기까지 마무리한다. 섬진강 뱃길이 복원되면서 짚와이어, 캠핑장 등 관광레포츠 기반시설도 갖춰진다. 이순신대교 주변은 야간경관이 어우러진 젊은 문화의 거리로 변모한다.

광주 무등산 모노레일.

‘빛 고을’ 광주가 온 국민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5.18민주항쟁 40주년, 그날의 의기는 정신문화로 승화된다. 무등산의 오랜 명물 모노레일이 운행을 재개했고, 충장로의 버스킹이 신난다. 양동시장과 닭전시장의 전통 먹거리, 청년들의 1913 송정리 시장, 신개념 먹거리의 인기가 함께 높아진다.

12코스 산책길 ‘싸목 싸목(천천히) 걸어보길’에서 광주의 모든 매력을 천천히 음미하다가 광산구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태국, 필리핀 식당에서 국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재미도 쏠쏠할 듯 싶다.

광주는 올해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해 양림동-사직동 일원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 황룡강 장록습지의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 월봉서원·무양서원 인문여행 및 숙박형 관광 활성화를 추진한다.

충무공 뱃길 따라 영호남이 손잡고 2020년대 봄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서울, 강원도사람에게도 참 보기 좋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