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귀에 착착 달라붙는…퀸·휘트니 휴스턴...그래도 2% 부족한 ‘주크박스 뮤지컬’
라이프| 2020-01-15 11:16
뮤지컬 ‘보디가드’. [CJENM 제공]

퀸·아바·휘트니 휴스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살아 돌아왔다. 지금은 ‘주크박스(Jukebox) 뮤지컬’의 전성시대다. 지난해 퀸 열풍을 몰고 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기를 이어받아 퀸의 명곡들이 무대로 올라온 ‘위윌락유’(WE WILL ROCK YOU), 휘트니 휴스턴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보디가드’가 한창 관객과 만나고 있다. ‘댄싱퀸’ 등 아바의 친숙한 명곡으로 꽉 채운 ‘맘마미아!’는 서울에서의 앙코르 공연을 기다리는 중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동전을 넣으면 유행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기계인 ‘주크박스’에서 유래했다. 과거의 히트곡이 가진 ‘추억의 힘’을 무대로 고스란히 가져온다는 강점이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뮤지컬 관객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새로운 음악을 무대에서 만나는 일”이라며 “10여 곡을 새로운 선율로 듣다 보면 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낯선 곡들로 가득 채운 뮤지컬보다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월등하다. 게다가 전 세계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의 스타들이 부른 노래라면 중장년층의 ‘뮤지컬 입문자’까지 공연장으로 발을 들이게 한다.

음악의 친숙함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제작사와 음반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콘텐츠다. 더이상 음반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하니, 기존의 뮤지컬 팬은 물론 원곡을 즐기던 음악팬까지 공연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장점이 있다.

원 교수는 “마케팅 측면에서 봤을 때도 젊은 시절 그 음악을 즐겨들었던 사람들은 음악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라이브로 만끽할 기회가 없다”며 “공연을 찾아가면 과거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 입장에선 검증된 콘텐츠이고, 음반사 기획사 양측 모두가 이점을 가지는 양수겸장의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공연 중인 주크박스 뮤지컬은 ‘라이선스 작품’이라는 점에서 번안 뮤지컬이 가지는 약점을 노출한다. 원 교수는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구조가 다르다 보니 음악구조 역시 달리 나타난다”며 “번안 뮤지컬의 경우 문법적 구조가 바뀌면서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라이선스를 가진 주크박스 뮤지컬이 노출하는 ‘원천적 결함’이다. 익숙한 곡들인 만큼 단점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결국 주크박스 뮤지컬은 번안 문제까지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위윌락유’나 ‘보디가드’ 등 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일부 곡은 원곡 그대로 부르거나, 주요 소절은 영어로 부르기도 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생소한 노래들로 채워진 뮤지컬보다 유리한 출발선에서 시작한다. 그만큼 성공률도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명 가수의 노래를 활용해 무대에 올리는 것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최종 목표가 아닌 ‘시발점’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선보이는 주크박스 뮤지컬 중엔 압도적인 넘버(노래)에 비해 스토리의 개연성, 무대 구성, 각색의 미흡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작품도 적지 않다.

원 교수는 “유명하고 잘 알려진 음원을 사용하는 것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만들어질 수 있는 최소 환경일 뿐 그것으로 완성된 형태의 뮤지컬이 나올 것이라 판단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지도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무대적 기법과 연출, 뮤지컬의 강점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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