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원호연의 시승기] 억제된 NVH·부드러운 가속 ‘탄성’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길치’걱정 뚝
뉴스종합| 2020-01-21 11:41
제네시스 GV80.

스타일리쉬한 정장을 차려입고 손에는 최첨단 IT 기기를 들고있는 중년의 신사.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을 처음 본 순간 떠오른 이미지다.

지난 15일 시승행사가 열린 킨텍스 행사장에서 만난 GV80은 후륜구동 차체에서 뿜어져나오는 날렵한 비례감을 자랑했다. 1975㎜의 전폭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긴 후드와 쿠페형 루프라인은 웅장하지만 날쌘 이미지를 자아낸다. 반면에 후면부로 갈수록 아래로 떨어지는 벨트라인은 유유히 수면을 가르는 요트를 연상시키며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게다가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그릴과 전후면 분리형 쿼드램프는 존재감이 상당해 BMW의 키드니 그릴과 엔젤아이 헤드램프처럼 향후 제네시스를 상징할 ‘아이콘’이 될 자격이 충분해 보였다.

실내 디자인은 고급 소재가 돋보였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등 손이 닿는 곳곳이 가죽 재질과 우드 트림으로 마감됐다. 하만의 고급 자동차 음향 브랜드인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음향은 GV80을 작은 콘서트홀처럼 느껴지게 한다. 벤츠 GLE나 볼보 XC90 등 수입 프리미엄 SUV와 경쟁하고자 하는 제네시스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시승한 모델은 7인승 모델로 3열 좌석이 전동식으로 펼쳐지고 접혔다. 다만 성인 남성이 3열에 앉기에는 머리 위 공간이나 무릎 공간이 좁아 단거리 이동이나 어린이 탑승용으로 적합해보였다. 다른 모델에 비해 전고가 낮아 실내 공간의 절대 높이도 낮은 만큼 5인승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차량에 올라탄 후 잘 억제된 NVH(소음·진동·불쾌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정차 중에도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처음에는 가솔린 엔진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시속 100㎞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이 만들어 낸 안락함이다.

인천 송도를 향하는 시승 코스 내내 경험한 주행 감각은 큰 결점없이 무난했다. 직렬 6기통 3.0ℓ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278마력, 최대토크 60.0㎏f·m의 힘은 2t이 훌쩍 넘는 GV80의 차체를 부드럽게 가속시켰다.

인천대교를 넘을 때 측면에서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차체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고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덕분에 과속 방지턱도 큰 충격 없이 부드럽게 넘었다. 자잘한 요철로부터 전달되는 떨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 본부 사장을 영입한 이후 현대차의 주행성능이 단단히 조여지고 있는 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엑셀레이터를 밟자 ‘에르고 모션(Ergo motion)’ 시트에 내장된 7개의 에어셀이 부풀어 오르며 몸을 단단히 잡아줬다. 고속도로 곡선 램프를 다소 빠른 속도로 돌아나갔지만 몸이 밖으로 쏠리는 느낌은 크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만 다른 차량을 추월할 때 느껴지는 가속감은 ‘폭발적’이라고 하기엔 약했다. 3.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함께 출시됐다면 느껴지지 않았을 아쉬움이다. 2.5ℓ와 3.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향후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은 GV80에 적용된 최신 기술 중 가장 편리하게 느껴졌다. 원하는 목적지 방향을 영상 위 안내선으로 보여줘 복잡한 오거리 교차로나 연속된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서 어디로 진입해야 할지 헷갈리지 않았다. 다만 영상이 광각으로 보여져 앞 사물과의 거리를 익히는데 시간이 걸렸다.

방향지시등만 켜도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해준다는 ‘고속도로주행보조(HDA)Ⅱ’ 기능을 바로 시도해봤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살짝 움직인 채로 고정하는 작동방법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까지 감안해 큰 곡선을 그리며 차선을 옮기는 게 기특했다.

약 40분 가량 시승해본 결과 ‘개성넘치는 스타일’ 속에 숨겨진 ‘무난한 성능’이 GV80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최신 모빌리티 기술을 경험해보고 싶지만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유지비용이 부담되는 소비자에겐 GV80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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