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반세기 대히트 다보스포럼…‘슈밥 시대’ 내리막길 걷나
뉴스종합| 2020-01-23 11:15

올해 50돌을 맞은 다보스포럼이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나흘 일정으로 24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내로라하는 정치·경제 리더가 글로벌 어젠다를 논의하지만, 공공·민간 교류의 장으로서 유일무이했던 위상을 지속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비영리단체인데, 웬만한 기업 뺨치는 상술도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 수위를 높이는 지점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WEF는 지난해 3억4500만스위스프랑(한화 약 4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여년 만에 몸집이 7배 가량 불었다. 1990년대 중반 매출은 5000만스위스프랑에도 미치지 못했다. 클라우스 슈밥(81·사진) 회장이 유럽에 미국식 경영방식 등을 소개하고 싶어 1971년 창설한 ‘유럽경영포럼’이 반세기 동안 ‘대히트’를 친 셈이다. 슈밥 회장은 1987년 포럼의 이름을 WEF로 바꾸고, 전 세계적 어젠다 설정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긴장완화에 일부 기여했던 가자(GAZA)협정 서명(1994년), ‘세계화의 챔피언’임을 선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2017년) 등 역사의 변곡점이 될 장면을 이 포럼은 숱하게 만들었다.

권력 있는 곳에 돈이 몰리고, 부를 창출하는 기업인에게 정치 지도자가 접근한다는 생리를 포럼 측은 십분 활용했다. 연간 회원료로 2만5000스위스프랑을 걷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파트너사 제도를 3개 그룹으로 나눠 운영하는데 시작가는 12만스위스프랑이다.

가장 큰 특전을 받는 전략적 파트너사는 연간 60만스위스프랑(약 7억2000여만원)을 내도록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포럼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트위터에 “다보스 일정은 미국을 위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다보스포럼의 정체성 충돌은 바로 돈에서 비롯한다. 포럼은 정책 개선의 촉매제 역할을 자부하지만, 막대한 돈을 지불하는 파트너사가 정도(正道)를 벗어나도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포럼 진행을 총괄하는 이벤트 외주사의 마진율이 30%를 넘고, WEF가 이 업체 주식 50%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상업적 이득을 취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紙)는 “다보스포럼은 현재 불리한 상황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의 절정일 뿐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쟁 포럼이 많이 생겼다는 것도 다보스포럼의 미래를 밝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기업들은 테드(TED)나 밀켄연구소·블룸버그가 중국에서 여는 신경제포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포스트 슈밥’ 이슈도 짐이다. 고령의 슈밥 회장 이후를 대비한 ‘비상계획’은 알려진 게 없다. 그의 영향력이 워낙 커 누가 바통을 이어받든 유력 정치·경제인사가 지금처럼 포럼을 찾긴 쉽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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