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자녀 상속 비율 강제 ‘유류분’ 제도 위헌심판대에
뉴스종합| 2020-02-03 10:15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자녀 상속 비율 등을 강제한 ‘유류분’ 조항이 위헌심판대에 올랐다. 1977년 민법에 유류분 비율 조항이 신설된 이후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기는 처음이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자로 민법 제1112조의 유류분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만약 헌재가 유류분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다면, 앞으로 유언으로 특정 자녀에게 유산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유류분 제도는 위헌이 아니지만, 비율이 과도하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국회가 제도를 새로 정비해야 될 수도 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라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이 몰릴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상속인들에게 줄 몫을 반드시 남겨 두도록 한 것이다. 유류분에 대해 규정한 민법 제1112조는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과 배우자는 각각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정한다.

권 부장판사는 사망한 피상속인의 며느리인 A씨가 시어머니 등을 상대로 낸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심리해왔다. A씨의 남편이 시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고, 따라서 A씨와 그 자녀들이 남편 대신 상속자가 된다. 그런데,미국에 이민간 A씨와 그 자녀들은 재산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결국 상속분 회복 청구와, 예비적으로 유류분 반환 청구를 냈다.

하지만 권 부장판사는 이 법조항이 헌법에서 정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권 부장판사는 이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면서 “소유하는 재산의 처분에 관해 누리는 자유는 재산권 보장의 핵심”이라며 “개인이 소유한 재산을 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든 원칙적으로 자유인데, 유류분 제도는 이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이 상속을 염두에 두지 않는 피상속인의 자유를 침해하며, 과거 수십년에 걸친 재산형성 과정을 모두 심리하다보면 가족 구성원 사이의 불화가 더욱 심화되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권 부장판사는 또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은 부부공동생활에 따른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및 이혼 시의 재산분할 청구권을 고려해 합리적 범위에서 정해진 것이지만 자녀에 대한 유류분 비율은 다르다고 봤다. 그는 “오늘날 일반적으로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가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다고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유류분 제도로 자녀들 사이의 양성평등이 보호되는 면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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