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텅빈 시장, 경기불황에 신종 코로나까지…“엎친데 덮쳤다” 눈물짓는 소상공인
뉴스종합| 2020-02-04 09:40
지난 3일 오후 오가는 사람 없이 텅빈 서울시 강동구 둔촌역전통시장의 전경. 주소현 수습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주소현·홍승희 수습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역전통시장. 평소라면 저녁 준비에 나선 손님이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시장 골목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었다. 그나마 장바구니를 든 손님 한둘도 외출이 부담스러운 듯 필요한 물건 한두 개만을 골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은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도 마찬가지. 텅빈 주차장과 시장 골목 사이에서 상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오지 않을 손님을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지 약 2주가 지난 가운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점포가 영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물건을 좌판이나 가게 밖에 내놓고 파는 전통시장의 특성상 위생 상태가 불량할 것’이라는 인식에 사람과 만남을 피하려는 경향이 합쳐진 결과다. 직장인들의 외부 점심 식사와 회식이 크게 줄면서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음식점도 ‘개점휴업’ 상태이긴 마찬가지다. 경기가 장기 불황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대형 악재가 하나 더 겹친 셈이다.

둔촌역전통시장에서 소머리국밥집을 운영하는 박선연(60) 씨는 “평소에는 하루 3마리씩 삶던 소를 최근 3~4일 동안에는 1마리만 삶고 있다”며 “매상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근처에서 옛날 통닭을 파는 안영대(59) 씨도 “평소에는 닭을 하루에 50마리 넘게 튀겼는데, 최근 이틀 동안에는 하루 20마리 정도 밖에 팔지 못했다”면서 “매상으로 따지면 20만원가량의 수입이 줄어든 것 같다. 근처를 지나가는 행인은 가끔 있어도 음식을 사 가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던 2015년 소상공인 10명 중 7명(71.5%)은 ‘질병 유행으로 인한 체감 경기 악화’를 호소한 바 있다(당시 중소기업청 조사). 특히 유동인구가 많고 소규모 점포가 밀집된 전통시장은 취급 품목에 관계없이 고객 수와 매출액이 모두 질병 유행 전보다 50%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가 메르스보다 빠르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고려하면, 당시보다 피해가 장기화·대형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서는 등 지방자치단체·정부 차원의 대책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가락시장에서 수산매장을 운영 중인 안모(56) 씨는 “정부가 5000억원을 지원해 준다는 것은 사실상 저금리로 대출을 해 주겠다는 말”이라면서 “늘 이런 식이었다. 대출을 해 주는 건 상인들에게 와 닿는 방법이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동구 성내전통시장에서 닭강정을 판매하는 김모(50) 씨 역시 “막상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이런 작은 가게도)매출 제한이 엄격해 힘들다. 그래서 귀를 안 기울이게 된다”면서 “지원을 해 주려면 매출이 아니라 널뛰는 이윤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전통시장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산 식자재 사용을 중단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도 힘을 쓰고 있었다. 둔촌역전통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6) 씨는 “상인들끼리 자체적으로 협의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싸더라도 음식 재료를 중국산에서 국내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위생에 철저히 신경 쓰고 있다”면서 “밀폐된 마트보다는 개방된 전통시장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yesyep@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