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임 직후 기자회견 열고 中 방역 노력 등 강조
‘후베이성 中 입국자 제한’ 조치에 사실상 ‘반대’
인도적 지원에는 “따뜻한 정 영원히 잊지 않을 것”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본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자국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중국 주한대사가 최근 중국 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두고 “전염병 사태로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싱 대사는 4일 오전 서울 중구의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세계 각국이 차별을 기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WHO는 보건 문제를 다루는 가장 권위있는 국제기구인만큼 각국은 이에 따라 과학적인 결정을 내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중국 위험지역 내 입국자 제한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의 조치에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면서도 WHO의 결정을 각국이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때를 언급하며 “당시 한국은 사태 직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국가였다”며 “양국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WHO의 권고를 언급하며 사실상 우리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지만, 싱 대사는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 결정에는 깊은 사의를 표했다. 그는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깜을 보내주듯 (한국은) 중국의 전염병 투쟁에 큰 힘을 실어줬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처럼 중국 정부는 이에 깊은 사의를 표하며 중국 국민도 한국의 따뜻한 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최근 전세기를 동원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내 우리 교민들의 철수 과정에 대해 싱 대사는 “중국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교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지지했다”며 “한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중국 내 한국 교민의 안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전염병 사태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 일정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답변만 하겠다. 그러나 한중 양국의 고위급 교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싱 대사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신임 주한대사가 신임장 제정식 전에 공개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례적이지만,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어로 양국 현안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모습도 이례적이다.
지난 달 30일 부임한 싱 대사는 그간 북한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중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한반도통으로 꼽힌다. 서울에 근무하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로 지난 1988년과 2008년에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한 바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후베이성을 방문한 적 있는 우리 국민의 경우에는 입국 후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해 무사증 입국제도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감염병을 이유로 우리 정부가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syoo@heraldcorp.com